게오르크 트라클 - 소년 엘리스에게
엘리스, 검은 숲속에서 지빠귀가 부르면, 이것이 너의 하강이다. 네 입술은 암반의 푸른 샘물, 그 차가움을 마신다. 내버려두어라, 네 이마에서 조용히 흘러내리는 태고의 전설들을 새들의 비행에 대한 어두운 해명을. 그러나 너는 유연한 걸음으로 밤을 향해 간다, 자주새 포도가 헝클어진 밤, 푸름 속에서 너는 팔을 더욱 아름답게 꿈틀거린다. 가시덤불 하나가 울린다, 네 월광의 눈동자가 머무는 곳에서. 오, 얼마나 오랫동안이나 너 엘리스는, 죽어 있었느냐. 네 몸은 한 송이 히아신스, 수도슫이 밀랍 같은 손가락을 꽃 안에 담근다. 우리들의 침묵은 검은 동굴, 거기서 이따금 기어 나오는 여린 짐승 천천히, 무거운 눈꺼풀을 감는다 네 관자놀이에 맺히는 검은 이슬, 이는 몰락한 별들의 마지막 황금.
보르헤스 - 추측의 시
최후의 오후, 총탄이 귀청을 울린다. 먼지를 흩날리며 바람이 휘몰아치고, 기괴한 전투가 낮 동안 전개되는데, 승리가 적의 것이네. 승리하네 야만인들이, 가우초들이 승리하네. 법률과 교리를 공부했던 내가, 이 살벌한 지방들의 독립을 선언했던 나 프란시스코 나르시소 데 라프리다가 패하였다네. 피와 땀으로 얼룩진 얼굴로, 넋이 빠져 희망에다 두려움마저 상실한 채 끝 다한 아라발들을 지나 남쪽으로 도주하네. 평원을 피로 물들이며 도보로 패주하다 다다른 이름 모를 어느 거무스름한 강에서 죽음이 눈을 감기우고 넘어뜨렸던 그 대위처럼, 나도 그렇게 스러지리라. 오늘이 마지막이려네. 나를 노리며 늪지를 잠식하는 밤으로 주춤거리네. 기수, 말, 창과 함께 이 몸을 찾아 헤매는, 달아오른 내 죽음의 말발굽 소리. 판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