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오르크 트라클 - 요절한 사람에게
오, 나무의 몸 밖으로 조용히 걸어 나오던 검은 천사여, 우리 서로에게 가벼운 가인이 되던 저녁, 푸르스름한 우물가에서. 우리의 걸음걸이는 적적했고, 둥근 눈은 가을의 갈색 냉기 안에 있었네, 오, 별들이 뿜던 자주색 달콤함이여. 그러나 그는 수도사의 산, 그 돌계단을 내려가 버렸네, 얼굴에 푸른 미소를 담고, 기묘한 고차에 싸인 채로 자기 유년 시절로 돌아가서 죽었네; 이제 정원에는 친구의 은색 얼굴만 남아 나뭇잎이나 오래된 돌의 소리를 엿듣는다네. 영혼은 죽음을, 녹색으로 문드러진 살을 노래했으니 그것은 숲의 휘몰아침이었고, 들짐승의 가슴 아픈 울음이었네. 노을에 젖은 탑에서는 계속해서 저녁의 푸른 종소리가 들려왔네. 시간이 왔기에, 그 사람은 자주색 태양 속에서 그림자를 보았네, 헐벗은 가지에 걸린..
게오르크 트라클 - 꿈속의 제바스티안
1 어머니는 아이를 하얀 달 속에 품고 있었다, 호두나무 그늘, 오래된 딱총나무 그늘에서, 아편의 즙에, 지빠귀에 울음에 취한 채로; 그리고 가만히 수염 난 얼굴 하나 그녀 위로 고개를 숙이니 조용한 창가의 어둠 속이었다; 아버지들의 오래된 살림살이는 퇴락하고 있었다; 사랑, 그리고 가을날의 몽상. 이토록 어두운 1년의 하루, 서글픈 어린 시절, 소년이 서늘한 물들을, 은색 고기를 찾아 내려갔을 때, 고요함, 그리고 어떤 표정; 소년이 광분하는 흑마 앞에 돌 같은 몸을 내던졌을 때, 회색의 밤에, 소년의 별이 그 주인을 찾아온 것; 아니면 그가 어머니의 냉기 어린 손을 잡고 저녁에 성 페터 교회의 묘지 위를 걸었을 때, 묘방의 어둠 속에 조용히 누워 있던 부드러운 시체가 소년의 머리 위로 차가운 눈꺼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