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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오르크 트라클 - 고독자의 가을

 

몽상과 착란, ITTA 꿈속의 제바스치안:게오르크 트라클 시선집, 울력 푸른 순간 검은 예감, 민음사 색의 제국:트라클 시의 색채미학, 서강대학교출판부

 

 

 어두운 가을이 가득 품고 돌아오는 열매와 풍요,

 이는 누렇게 바래버린, 아름다웠던 여름날의 광채.

 순결한 푸름이 퇴락한 껍데기에서 튀어나오고;

 새들의 비행에서는 오래된 전설의 소리가 난다.

 포도주는 이미 빚어졌으니, 부드러운 고요는

 어두운 물음들에 대한 조용한 답변으로 충만하다.

 

 그리고 여기저기 외딴 언덕에 꽂혀 있는 십자가;

 붉은 숲에서 양 떼 하나가 길을 잃는다.

 구름은 호수의 거울을 스치며 지나가고;

 농부의 차분한 몸놀림 또한 쉬고 있다.

 아주 조용히 저녁의 푸른 날개가 어루만지는

 메마른 초가지붕, 시커먼 흙.

 

 머지않아 피로한 자의 눈썹에 별들이 둥지를 튼다;

 서늘한 방에는 고요한 만족감이 찾아들고

 천사들이 저버리는 푸른 눈들은

 부드럽게 고통받는 연인들의 것.

 갈대밭을 스치는 바람; 뼈만 남은 음울이 엄습한다, 

 헐벗은 풀밭에서 이슬이 검게 방울질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