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르헤스 - 송가 1960
내 운명이라는 이 꿈을 주관하는 명확한 우연이나 은밀한 법칙이 바라네. 물방울인 내가 강물인 너와 대화를 나누기를, 순간인 내가 연속적 시간인 너와 대화를 나누기를. 그리고 으레 그러하듯 진솔한 대화가 신들이 사랑하는 의식과 어둠, 또한 시의 고상함에 호소하기를. 영광과 굴욕이 교차하는 다사다난했던 일백오십년을 품에 보듬는 아, 필연적이고 달콤한 조국. 조국이여, 너를 이런 것들에서 느꼈네. 드넓은 아라발의 허물어지는 일몰, 팜파의 바람에 현관까지 쓸려 온 용설란꽃, 수더분한 비, 천체의 느긋한 습성, 기타를 뜯는 손, 영국인들이 바다에 그러하듯 우리네 피가 멀리서도 느끼는 대평원의 인력, 어느 납골당의 자애로운 상징과 병 모양 장식, 사랑의 미약 재스민, 틀 가장자리를 두른 은, 은은한 마호가니의 부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