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붉게 물든 저녁의 시간이여!
열린 창문가에서 파르르 흔들리는
포도잎은 푸름과 어지럽게 뒤엉키고
집 안은 불안한 귀신들의 소굴
시궁창의 악취 속에 먼지가 춤춘다
바람은 덜컥이며 창문에 부딪히고
한 무리 성난 야생마들처럼
콰르릉 번쩍이는 구름들이 몰려온다
호수의 거울이 시끄럽게 부서진다
창틀에 앉은 갈매기들의 비명
불의 기사가 언덕을 질주하다
전나무 숲에서 우지끈 화염으로 변한다
병자들이 병원에서 신음을 내지른다
검푸르게 떨리는 밤의 깃털들
불현듯 번쩍거리면서 쏴아
지붕 위로 쏟아져 내리는 빗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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