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1372) 썸네일형 리스트형 이지아 - 자몽 리듬은 주인 없는 인식의 말타기이며, 비망이면서 채찍의 이미지인 고장의 말린 잡일 같은 것이었으나 인문학 강의를 듣는 동안 두피에 난 종기를 뜯는다. 피와 고름이 잠을 깨우고 창문의 해방감을 대신할 순 없으니 전화 목소리가 들린다. 나를 낳던 질이었는지, 나를 탐했던 아내의 질이었는지, 내가 키운 흥분의 기질이 무엇인지 구별하기가 힘들다. 말기라고 한다. 살고 싶을 땐 갑자기 화가 난다는데 그저 죽음은 잘 이루기를 바란다 중세 시대의 싸움은 집단을 위한 것이었으나, 중절 수술이 필요한 고양이에게 오십만 원을 내어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얀 접시가 서 있다. 장소를 지키기 위해 최상의 모욕은 최상의 핵심을 일으키는 것이었다 이지아 - 의자야 일어나 거기서 일어나 1. 불완전한 연구 어제 내가 먹던 요깃거리를 돌려줬으면 좋겠어. 필요하거든. ...... 허무가 나를 몽롱하게 만든다면 몽롱을 내가 허무하게 만들어버린다면 이 성질은 무엇인가. 이 물질은 무엇인가. 그 사이에 테이블을 두고 밟고 올라가 높은 곳을 본다. 얼룩소는 어둠의 조끼를 찢어 간혹 허무와 몽롱을 멀어지게 할지어니, 모과의 아둔한 머리를 물어 가죽을 만든다면 생굴이 안 되고, 돌멩이를 깨무는 개미들의 행진에 대한 이슈는 아, 촌스럽다. 촌스러워 꽹과리를 치네. 비유들이 길어서 줄다리기를 하네. 영차영차. 나의 일은 무엇인가. 뭇별의 할 일은 뭔가. 면역력. 슬픔이 나를 휘저어, 담백한 나를 마시네. 2. 스매시 회전을 반복하는 운영 체제나, 새로운 경영 자본을 끌어 들이기 위해 우리는 3년 동안 입.. 이지아 - 치즈 구름이 자루를 끌고 가는 동안 사람은 살아야 했다 영원하자는 말. 그러니까 숲은 얼떨떨해지네 나는 한번도 도끼를 날려 고기를 얻은 적이 없어. 생고기를 어떻게 만져야 하는지 의사는 건네주네 차라리 뇌에도 잎사귀가 있으면 좋겠어 조심하시오. 그런 문장을 말아 나팔을 불면서 연기는 높은 곳에서 뛰어내린다 자루가 터지네. 오로라를 보기 위해선 모르는 것과 하룻밤을 보내야 한다는데 나는 안에서 순서를 기다리고. 밖에서는 나약한 소년들이 아무 이유도 없이 뺨 맞는 시절이 시작된다 박은정 - 녹물의 편애 난청을 가진 아이는 어른이 되자 울 때마다 녹물을 흘리는 여자가 되었습니다 모든 소리가 녹이 슬어 혈관을 타고 흐르는 동안 나는 불협의 감정을 사랑하고 나는 병력의 감정을 사랑합니다 정성을 들여 돌아갈 곳 없어 짐승처럼 제 팔을 물어뜯을 때에도 슬픔은 쉽게 편애됩니다 소리의 어디까지 들어가야 음악이 될까요 조금씩 밤을 넘어온 탄식으로 목단꽃 이불이 젖고 있습니다 공명되던 음들이 초록으로 물들 때까지 움츠리는 소리 속의 큰 소리들 나는 무서워서 자꾸 사랑을 합니다 여자가 귀를 두드리면 허공의 낮과 밤이 흩어집니다 검붉은 말들이 울음 없이 벼랑을 내달립니다 박은정 - 날마다 부적이 필요했다 이런 얘기가 있지 옷장 속 벌레를 잡으려다 벌레를 낳고 말았다는 혈통 이야기 지독한 어둠 속 까막눈이 된 할아버지는 틀니로 저글링을 하며 허우적거렸고 너무 일찍 철이 든 아버지는 밤새 늙은 개와 추도문을 쓰느라 정작 자신이 할말은 하지 못했다 똑같은 날씨는 끔찍했다 변기에서는 계속 물이 새고 사촌들은 술독에 빠져 출렁였다 침대에는 만삭의 아내가 꿈틀거리고 남편들은 애인과 보드카를 마시며 소설 속 이야기를 제 얘기처럼 지껄였다 권총을 들고 결투를 하던 호기로움과 부정한 여자를 겁탈한 위대함에 대해 문을 열면 안과 밖이 어두워 날마다 부적이 필요했다 고개를 들고 개처럼 짖는 핏줄 때문에 피뢰침으로 자신의 눈을 찌르는 핏줄 때문에 아이는 사시였다 눈곱이 낀 인형을 안고 가시덤불처럼 잘도 자랐지 이 집에서 구타.. 박은정 - 긴 겨울 겨울이 지겨울 때마다 그 짓을 했다 길고 나른하게 서로의 몸을 껴안으며 둘 중 하나는 죽기를 바라듯 그럴 때마다 살아 있다는 게 징글징글해져 눈이 길게 찢어졌다 사랑이 없는 밤의 짙고 고요한 계절처럼 이 반복된 허기가 기나긴 겨울을 연장시켰을까 네 손바닥에 모르는 주소를 쓰고 겨울의 조난자들처럼 방을 찾던 저녁이었지 방은 아담했고 누런 벽지의 무늬와 흐린 불빛이 섞여 흐르고 있었다 여기서 잠깐 언 몸을 녹이자 너는 더운 입김을 내뿜으며 웃었고 나는 네 얼굴을 핥는다 자꾸 잠이 오는데 괜찮을까 흔들리는 벽지 아래 서로의 손목을 쥐여주면 꽤 멋진 연인이 되었다 우리는 가짜와 진짜처럼 정말 닮았구나 시린 외풍이 불어와 겹겹의 바닥으로 쌓이는 밤 이불을 덮는 지루함도 없이 이 겨울을 나자 궁색하게 남은 목숨의 .. 박은정 - 구두 수선공의 불면 두 개의 알약을 삼킨다 불면은 굶주린 들개처럼 두 눈을 핥고 새벽은 죽은 자의 병명에서 흘러나온다 지상에서 공중으로 나사못 볼트 종잇조각이 부딪힐 때 손끝은 집요하게 움직인다 그때 관객들은 울고 있었나요 내 손은 모든 무덤의 가장자리를 돌아 당신에게로 왔습니다 지상의 침대가 쿵쾅거리는 속도로 구두를 들고 울던 나의 새벽까지 Tacet Tacet Tacet 눈이 내리고 심장은 이미 내 것이 아닌지라 오선에 손목이 잘려나가는 기분을 하느님, 당신이 믿고 싶지 않은 건 믿지 않아도 좋습니다 빛을 찾아 나선 사람들이 어둠의 경계선을 넘보는 동안 Tacet Tacet Tacet 눈이 내리고 부디 당신과 나 사이에 백지의 음표만이 연주되기를 절벽의 데시벨을 열고 구두를 만지는 손가락은 길고 아름다워 누구든 치명적인.. 박은정 - 육식 소녀 마을의 도살장에는 아름다운 예수님이 태어나고 손에는 열락으로 죽은 새 오리나무 아래 소녀의 잠은 깊고 달다 모두가 검은색이었고 곧 사라졌지만 서로의 잔인한 감각을 본받는 아이들이 자라고 늙은 애비들이 제 아이를 사냥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식성을 닮을수록 외로워지는 사람들 등 뒤로 식칼을 돌리자 가장 먼저 입을 벌린 자들이 죽음을 맞도록 더운 숨을 뱉을 때마다 소녀는 숙성했다 식도를 넘어가는 부드러운 육질들 오랜 식육자들의 창자는 흙빛이어서, 서로의 내장에 고개를 파묻고 저를 울먹였다 누가 인간적인 급소를 찾아낼까 푸줏간의 잠이 깊어지면 문드러진 고깃덩이들이 같은 말을 반복한다 마지막까지 마음을 돌려주지 않는 고기는 제 주검으로 아름다워질 것이다 소녀가 눈을 감고 식칼을 돌린다 두 팔을 벌리고 공중으로 모두.. 이전 1 ··· 157 158 159 160 161 162 163 ··· 17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