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의 도살장에는
아름다운 예수님이 태어나고
손에는 열락으로 죽은 새
오리나무 아래 소녀의 잠은
깊고 달다
모두가 검은색이었고 곧 사라졌지만
서로의 잔인한 감각을 본받는 아이들이 자라고
늙은 애비들이
제 아이를 사냥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식성을 닮을수록
외로워지는 사람들
등 뒤로 식칼을 돌리자
가장 먼저 입을 벌린 자들이 죽음을 맞도록
더운 숨을 뱉을 때마다
소녀는 숙성했다
식도를 넘어가는 부드러운 육질들
오랜 식육자들의 창자는 흙빛이어서, 서로의 내장에 고개를 파묻고 저를 울먹였다
누가 인간적인 급소를 찾아낼까
푸줏간의 잠이 깊어지면 문드러진 고깃덩이들이 같은 말을 반복한다
마지막까지 마음을 돌려주지 않는 고기는 제 주검으로 아름다워질 것이다
소녀가 눈을 감고 식칼을 돌린다
두 팔을 벌리고 공중으로
모두가 검은색이었고 곧 사라졌지만
밤마다 소녀의 입에서는
가시덤불 같은 어금니가 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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