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고향을 따라 내려갑니다
고향은 그립지만 아무도 가려 하지 않는 곳
유리병을 쓰다듬다 던지고 싶어질 때
누군가는 바닥에 떨어진 피를 만집니다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다면 그것이 진실이든 거짓이든
생활은 변하지 않고 검은 사슴의 목덜미에 돋아난
가시가 아파서 바닥만 봅니다
무심히 빛나는 가시들
나는 자주 문장의 행로를 잃어버립니다
누군가 버린 감정에 이름을 붙이는 것이 나의 직업이라면
이름은 무엇인가요 고향처럼 멀고도 먼
화관을 쓴 메아리만 남은 고백이라면
나는 손재주를 부리며
손톱이 다 빠지도록 놉니다
모난 것들을 윤이 나게 매만지면
아픈 것들이 둥글게 둥글게
먼 고향을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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