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정 - 마한델바움

 

 

 

 눈동자가 죽어간다

 

 꽃이 없는 꽃병이 깨어진다

 

 당신의 밤은 나른하고 몽롱한

 나의 놀이터

 

 꽃과 과일이 멸하기 전

 금지된 유언처럼 오악사카

 죽은 새가 날아들고

 

 잠든 나무 아래

 당신은 무슨 꿈을 꾸는가

 

 어머니, 몸뚱이를 돌려주세요

 공중으로 날아간 사지에

 뜨거운 성수를 뿌려주세요

 

 나의 피가 어떻게 사라지고 있는지

 어떤 고통이 동행도 없이

 서로를 범하는지

 

 잠도 없이 꿈도 없이

 하얗고 더러운 것들을 화해시키며

 저는 이만큼 왔습니다

 

 당신의 비틀린 입이

 놀라운 운율을 일으키며 춤을 춘다

 

 살아서 죽은 자들의 맹점을

 죽어서 산 자들의 유언을

 유일한 위로로 삼으며

 

 제물이 또다른 제물을 바칠 때

 

 검은 옷을 입은 당신이

 죽은 당신의 얼굴을 할퀴며 웃는다

 

 시린 동공이 깨어난다

 

 어떤 죄인의 눈물은 너무 깨끗하여

 내가 되레 죄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