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1372) 썸네일형 리스트형 이지아 - 장미와 도넛 빈 초등학교에서 술 마시고 노래하고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한 살인자가 헤롱거렸다. "이것 봐. 양파밭에서 장미 씨앗을 찾았어." 그들은 씨앗을 한 톨씩 삼켰다. 뱅글뱅글 불이 켜졌다. 화장터에서 나는 화장을 하고 싶어. 거울을 보며 얼굴을 두드리며, 뺨을 맞는 기분보다 더 시원한 느낌, 깨끗한 뼛가루를 남기면 그 뼛가루를 반죽해. 도넛이 되려면, 큰 구멍 작은 구멍이 필요하지 어디서 찾을까, 나를 떠났던 사람들의 이름에서 가져올래. 나는 기쁘고 싶어. 나는 이미 죽은 사람과 죽어가는 사람을 결혼시키고 싶어. 나는 단장하고 싶어. 시간이 다 되었지만 시간이 없는 시체들을 내가 건질래. 나는 꽃가루를 뿌려주며 축하해주고 싶어. 이곳에 오는 일은 힘든 일이니까, 도넛을 굽고 그걸 나무에 매달아줄 거야. 나무.. 이지아 - 벙커 예컨대 그 물건은 육체를 차지하고 결합하는 준비 과정에서 조금씩 어긋났다고 볼 수 있다. 지하에서 타이핑을 친다. 대본 속의 너는 줄자로 방바닥을 재본다. 줄자로 오디오 전깃줄을 재본다 아아 목을 가다듬고 발성 연습하기 어디로 갈까 잘 봐. 저건 시큰둥하다. 기사는 40피트 컨테이너 안에 섬유 기계를 넣는다 날카로운 작업이 곧 시작되고 컨테이너 타고 기차 타고 창고를 털어, 마을버스 타고 손잡이에 기대 코 골기. 기대는 모든 것은 사귀는 것 같아. 같이 줄 서기. 대구에서 두 시간 동안 맛집을 찾아서, 이건가. 여기다. 우리가 찾던 곳. 신발장에 있는 신발들을 섞어놓는다. 슬리퍼를 찾는 동안 장화를 확인하기. 너는 핸드폰을 들고 멀리 간다. 여보세요. 출장이야. 출장은 일하러 멀리 가는 길. 나도 보고 .. 이지아 - 내 동생은 쥐포를 먹으면서 죽었고 우리는 아무 전망 없이 발전했다 어느 날 하수구에 빠진 후로 벽돌을 만들 때에는 물과 빛의 조화가 중요하다. 잠자는 당신을 뒤에서 안아보고 싶은데 오늘은 무슨 일이 있었다고 없는 이야기를 만들어서 놀라게 하고 싶은데, 나의 하루는 인기 없는 꽃집의 반복되는 수다일 뿐 수요일엔 싱싱한 성게를 먹으러 갈까 어부가 열어보던 노란 살의 고소하고 쓸쓸한 수락산 벽돌 공장 아이가 수갑을 풀듯이, 아래로 더 아래로. 물 밖의 천적이 나타나도 제일 아픈 곳에 추를 놓는 바다가 손바닥을 맞대보다가 떨어뜨린 섬들이 여기저기 쌓여 있다. 바다표범이 돌아다니다 주워 온 주먹들이 의지 없이 떠오를 때 생물을 털어내면서 오줌 좀 누려고 가정을 만들고 살았지 우리는 너무 오래 태어나는구나. 별들이 금속처럼. 서성대면서. 새벽에 울리는 전화는 죽은 이의 기척이라는.. 이지아 - 라보나 킥 스포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기록과 승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여유 있는 준비와 광고는 시민들을 열광시키고 정신을 빼앗는다 스포츠의 목적은 다수의 건강이 아니며 현실을 망각하는 것 미디어를 통해 휴식을 얻고 싶은 사람은 통신이 고장난 상태를 참을 수 없고, 급기야 상담원은 모델명을 불러달라고 한다 티브이 뒷면 낡은 기호들을 더듬더듬 불러 부속품은 단종되었다고 한다 흑백과 잡음이 섞인 뇌속을 아무리 들춰봐도 응원은 들리지 않으며 경기를 시작한다 불안에는 공이 필요하고 불만에는 선수가 필요하다 밤을 견디려면 스포츠를 잘 봐야 하고 맥주를 마시다 잠이 들고 꿈에서 만난 사람을 현실에서 다시 볼 때 이상한 훈련을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끝나면 진짜가 시작되는데 상대가 차가운 시멘트라면 나는 바닥에 얼굴을 갈아 .. 이지아 - 천국에서 어젯밤에 남의 신발을 신고 비틀거렸다 아직도 움직이나 보려고 시금치를 끓는 물에 넣는다 식물이 허물어지듯 사과와 사형, 그런 비슷한 말에 참혹해지던 사람 거울이 남긴 걸 치우던 사람 먹지는 못하고 놓기만 하는 날들 선반 위에 접시를 채우면 태양이 뜬다 슬픔은 슬픔과 한잔 뜨거운 식물을 건지고 남은 물을 버린다 사람은 무엇인가 승강기 앞에서 숫자를 기다린다 기계와 신체가 돌아가며 나를 가져보리라 텅 빈 승강기 문이 열렸다 닫힌다 자신의 정원을 보고 가듯이 이지아 - 도시는 나에게 필연적 사고 과정을 부여했다 새로운 도시가 발견되고 인류가 생명을 연장한다면, 그녀는 구석에서 노끈을 자른다. 김이 나가고 차가워진 일이다. 이를테면 스프링이 나타나고, 그녀는 아픈 국가를 잊어버린 채 탕을 끓인다. 손님들이 먹다 남긴 뼈를 우려내면서 회전문은 두통을 모르고 냉동차는 안개를 품고 도착한다. 버스나 건물을 그대로 두면서 닭이 끓고 있다. 차가운 물이 수증기가 되고 고기가 고기를 찾는 초현실의 순간 눈이 오고 눈이 오지 않는 요일에도 문, 거기엔 계속 닿고 싶은 빛이 들어가고, 우크라이나 국가의 주변에서 새벽이라고 부르는 살코기의 국적 없는 망명들 끝내야 하는 것은 뜨거운 물에 불린 닭 털이다. 하얗고 조용한 증발이다. 첫 관계를 배울 때, 육신의 연한 조직은 털이 많은 짐승에게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였다. 언젠가 울타리.. 이지아 - 먼저 행동하는 사람 그동안 내가 사랑했던 남자들은 샴페인 병 속의 그와 그와 그들이었다. 아 깨끗해 하고 상쾌하고 아찔함 그 후를 살고 싶었다. 지적이면 창의성이 부족했고 엉뚱하고 재미있으면 합리적이지 못했다. 나는 스페인 어부와 아리랑티비에 나오는 아나운서의 사랑 이야기를 해주면서 별사탕을 먹여주었다. 사람들은 유명한 축구 선수들의 이름과 연애사와 팀전략을 잘 알고 있었다. 나에게 설명하고 설명하고 잘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경기가 없는 경기장에 맑은 날씨가 고왔다. 나는 준비운동을 하고 있었다. 신발 가게에서 사람들은 다리를 벌리면서 멀리 내다보고 있었다. 반칙에 패널티를 걸지 않았고 결과는 알게 되므로 벤치에는 얼음 생수가 충분했다. 이지아 - 개인전 뒤집힌 체육복을 입는다. 박음질이 다 보인다. 허리가 작은 체육복은 피부에 자국이 남는다. 빨지 않은 체육복을 입는다. 냄새를 맡아본다. 음 아직 그대로야 숨이 차면 뛴다. 집 근처 국립묘지를 돈다. 위병들은 무심히 서 있고, 도토리를 걱정하지 않는다. 비석을 넘어뜨리지 않는다. 레바논 전쟁 이야기를 듣는다. 죽은 시체의 등을 갈라 내장을 꺼내던 일. 기억은 시간을 이용한다. 무게를 줄이는 건 비슷해 숨이 멎어도 혈압이 뛰고 있는 날. 나무들이 사람을 거두는 계절이 온다. 내 뒤로 청설모와 캥거루와 노루가 따라온다. 배낭과 지팡이와 운동화가 따라온다. 그들도 뛴다. 그들은 뛰다가 멈춘 내 몸을 가만히 쳐다본다. 국기를 보듯, 첫눈이 내린다. 모두 자고 있을 때, 우리는 전체를 사랑한다. 이전 1 ··· 155 156 157 158 159 160 161 ··· 17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