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진 속눈썹에 대고 소원을 빈다
날숨에 날려
천천히 떨어지면서
인생의 소원은 사라진다
인생의 소원이란 나의 소원
너는 너 자신의 소원을 모르고
나의 소원만을 뚜렷이 보는
연인용 눈꺼풀을 달고 귀엽게 벤치에 앉아 있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서로의 삶을 위해 소원을 빌고
오후 한낮의 작은 다툼이나마 지속되게 해 주소서
그것마저 없다면 너무 시시하니까
우리는 함께 먹을 도시락조차 만들 힘이 없다니까
밥을 먹으면 반나절은
무얼 먹을지 고민하지 않아도 돼
감사하는 사람들
손가락을 부단히 움직이며
이야기를
쥐어짜 내고
밤이 오지 않아도 어둑한
장마철
보고도 못 보고
보지 않고도 보고 마는
서로에 대한 사랑 너머로 누군가 부스럭거리고 있다 자동차다 아니다 오토바이다 아니다 지금은 전동 킥보드다 자꾸 좁아지는 현대식 발판에 서서 그러나 매듭을 풀어 길이를 조정하지 않고 정해진 둘레의 화환 속으로 머리를 집어넣고 풀숲을 헤치며 달려 나오는 그들은 연인들이고 친구들이고 들러리다
축복도 도망도
전부 옛날식이지만
그래도 오늘은 전동 킥보드다
사랑의 전개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이렇게
......
졸리다
토끼풀꽃이 가득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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