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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림 - 확실히 서울

 

[민음사]양방향 (김유림 시집), 민음사 세 개 이상의 모형:김유림 시집, 문학과지성사

 

 

 연료가 떨어진 오토바이에 앉아 생각에 잠긴다

 

 오토바이는

 이제 그만 가고 싶다

 무엇이 부족하다는 건지

 알 수 없는 오토바이 한 대가 멈춰 서 있는 동안

 

 수십 대의 버스 소형차 중형차 트럭 들이 지나간다

 카페 문이 열렸다 닫히고 사람들이 오가고

 

 와이파이가 잡히고

 손 붙들고

 

 손 멀어지고

 

 여전히 잡은 게 없다는 걸

 여러분이 알아채는 순간

 비가 떨어지고

 

 활짝 열린 우산 아래로 속속들이 지나가고

 잊은 것 두고 온 것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간판 아래로 달려간다

 비를 긋고

 

 동선이 얽히고

 

 다시 들어가 들어가는 동안

 생각에 잠겼다 나오는 동안

 

 여전히 서 있는 오토바이는 며칠 전 울다 잠든 친구의 오토바이로 중고로 사고 중고로 되팔겠다는 친구의 오토바이를 사기 위해 잔고가 바닥 난 나의 오토바이가 되어버린 중고의 중고 오토바이 저절로 움직인다고 오토겠지만 그래도 내가 움직이지 않으면 기다리는 이것은 내가 외국에 나가면 같이 갈 수 없다

 

 외국까지 같이 갈 수 있는 것은 몸에 걸친 모자나 목걸이나 발찌나 새로 새긴 타투로 기분만 내킨다면

 

 같이 갈 수도 있을 것들

 에서도 제외될 오토바이를 타고 서울을 누비는 김유림 씨

 

 누비다가 털털

 

 멈춰 버리고

 

 가고 싶지 않아서 멈춘 게 아니라는 김유림 씨

 

 그리고 그런 김유림 씨의 오토바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