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이 아닌 나무 세 그루는 공원이 아니다 공원이 아닌 나무 세 그루는 개가 다가오는 것을 보는데 개는 100미터 50미터 5미터 반경 내로 진입한다 나무 세 그루는 나무 세 그루, 는 그러나 거리를 모른다 검은 개를 모르고
사람과 구별하지 않는다
시도하지 않는다
공원은 공원이고
나무 세 그루는 세 그루로
벤치, 깃털, 펜스와 무관하다
그와 무관하고
그는 벤치에 앉았다 하고
그들도 벤치에 앉았다 하지
공원의 벤치에 앉아 무엇을 기다리는 그들이
컨테이너 박스, 회전초, 꽁초
찌그러진 통조림과 가깝다
나무 세 그루는
먼
어느 오후
배우들에게 밤새 써 갈긴 쪽 대본을 나눠 주는 감독이
접이식 의자와 선글라스
너머로 상상하는
관객들
만큼이나 멀다
서로에게
서로 서로
만큼이나 멀고
개는 고양이처럼 발톱을 세우고
나무껍질을 긁는데
공원이 아닌 나무 세 그루
잠시 혼자 있고 싶다
감독이 확성기에 대고 소리치자
카메라는 엔딩크레딧이 흐를
회색 벽을 보여 준다
나무는
나무 세 그루는
차가운빌딩과 관객을 두고 겨울로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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