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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림 - 공원이 아닌 나무 세 그루

 

[민음사]양방향 (김유림 시집), 민음사 세 개 이상의 모형:김유림 시집, 문학과지성사

 

 

 공원이 아닌 나무 세 그루는 공원이 아니다 공원이 아닌 나무 세 그루는 개가 다가오는 것을 보는데 개는 100미터 50미터 5미터 반경 내로 진입한다 나무 세 그루는 나무 세 그루, 는 그러나 거리를 모른다 검은 개를 모르고

 

 사람과 구별하지 않는다

 시도하지 않는다

 

 공원은 공원이고

 나무 세 그루는 세 그루로

 

 벤치, 깃털, 펜스와 무관하다

 

 그와 무관하고

 

 그는 벤치에 앉았다 하고

 그들도 벤치에 앉았다 하지

 

 공원의 벤치에 앉아 무엇을 기다리는 그들이

 

 컨테이너 박스, 회전초, 꽁초

 찌그러진 통조림과 가깝다

 

 나무 세 그루는

 

 먼

 어느 오후

 

 배우들에게 밤새 써 갈긴 쪽 대본을 나눠 주는 감독이

 접이식 의자와 선글라스

 너머로 상상하는

 관객들

 

 만큼이나 멀다

 서로에게

 서로 서로

 만큼이나 멀고

 

 개는 고양이처럼 발톱을 세우고

 나무껍질을 긁는데

 

 공원이 아닌 나무 세 그루

 

 잠시 혼자 있고 싶다

 감독이 확성기에 대고 소리치자

 카메라는 엔딩크레딧이 흐를

 회색 벽을 보여 준다

 나무는

 나무 세 그루는

 차가운빌딩과 관객을 두고 겨울로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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