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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승 - 일인용 잠수정

 

친애하는 사물들:이현승 시집, 문학동네 생활이라는 생각 : 이현승 시집, 창비

 

 

 강에서 올라오는 비린내를 맡으면서부터

 나는 계속 녹고 있는 것들을 생각한다.

 

 쏟아지는 빗속에서 오래 어깨를 적시는 것들

 발목을 적시는 것들과 함께 나는 녹고 있다.

 

 녹는다는 생각은 냄새로부터 시작되었지만

 냄새가 일러준 경로를 벗어나서도 의심은 추적중이다.

 

 냄새가 흐르는 물줄기라면

 의심은 물줄기를 거스르는 물고기처럼.

 

 명심하자. 물속에선

 천천히 걷는 것이 중요하다.

 일정한 속도로.

 

 물살을 거스르며 제자리 헤엄을 치는 송사리처럼

 그 곁에서 포말을 일으키며 같이 헤엄치는

 돌다리들처럼.

 

 빗속에서 완전히 몸을 잠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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