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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승 - 라디오

 

친애하는 사물들:이현승 시집, 문학동네 생활이라는 생각 : 이현승 시집, 창비

 

 

 편의점 가판대에서 스위티오 바나나가 익어갑니다.

 그 옆에서 수박도 함께 꼭지를 말리고 있습니다.

 

 심지가 타들어가 터지는 폭탄처럼

 저렇게 입술이 바짝바짝 탑니다.

 

 달콤해지다가 달콤해지다가 마침내는 치워질 것입니다.

 달콤해질수록 값이 싸지는 가판대의 법칙입니다. 

 

 엉덩이가 바닥처럼 평평해졌습니다.

 사지도 않을 사람이 머리통만 두드리고 가는 오후입니다.

 

 바깥으로 내놓은 스피커에선 라디오 소리가 들립니다.

 어린 부모가 탯줄을 달고 있는 아이를 피시방 화장실에 유기했습니다.

 

 터질 듯한 여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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