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능은 마침내 입멸을 하게 된다. 제자들에게 준 유게인 진가동정의 노래와 달마 이래 6대 조사들의 전법시가 여기에 나오는 것은 중요하다. 유게를 만드는 것이 이윽고 후대 선종의 조사들이 입멸할 때의 선례가 되고, 달마 이래 6대의 전법시가 후대 선종 역사서에서는 인도 28대로 거슬러 올라가 전법시가 전해진 것처럼 하게 된다. 실은 전법시는 인도의 28대, 중국 6대의 전등설 성립과 표리를 이루는 것으로, 법을 전한 증거가 되어 온 가사의 대신 구실을 한다. 전법의 가사에서 전법의 시로 발전해 가는 중간에, 육조단경이 출현하게 된다. 이 사실은 돈황본에 의해 처음으로 분명하게 되었다.
대사는 선천 2년 8월 3일 멸도했다. 7월 8일, 문인들을 불러 이별을 고했다. 대사는 선천 원년 신주 국은사에 탑을 세우고, 선천 2년 7월에 이르러 이별을 고한 것이다.
대사는 말했다.
"그대들은 가까이 오라. 나는 8월이 되면 세상을 떠나고자 하니, 그대들은 의심나는 점이 있으면 빨리 물어라. 그대들을 위해 의심을 깨우쳐 주고 미혹을 다 없애 그대들을 편안하고 즐겁게 하리라. 내가 떠나간 뒤면 그대들을 가르쳐 줄 사람이 없으리라."
법해 등 여러 스님들은 듣기를 마치자, 눈물을 흘리며 슬피 울었다. 오직 신회만이 꼼짝도 않고 또 슬퍼하지도 않았다.
육조는 말했다.
"나이어린 신회는 그래도 도를 얻었구나, 선과 불선에 대하여 평정함을 얻어 헐뜸음과 칭찬함에 동요하지 않는다. 나머지 사람들은 그러하지 못하구나. 그렇다면 여러 해 동안 산중에서 무슨 도를 닦은 것이냐.
그대들 지금 슬피 우는 것은 누구를 위한 것이냐. 내가 가는 곳을 그대들이 몰라서 걱정하는 거냐. 만일 내가 갈 곳을 알지 못한다면, 그대들과 고별하겠는가? 그대들이 슬퍼하는 것은 곧 내가 가는 곳을 몰라서이니, 만일 가는 곳을 안다면 곧 슬퍼하지 않으리라.
자성의 본체는 생겨남도 없고, 없어짐도 없고, 감도 없고, 옴도 없느니라.
그대들은 다 앉으라. 내가 그대들에게 한 게송을 주리니, 진가동정게이다. 그대들은 다 외어 지녀라. 이 게송의 뜻을 알면 그대들은 나와 한 마음이 될 것이니, 게송을 의지하여 행하면 종지를 잃지 않으리라."
스님들은 대사께 예배하고 게송 남기시기를 청하고, 공경하는 마음으로 이를 받아 지녔다. 게송은 이러하다.
모든 모양 있는 것에 진실이 없느니
진실을 보려 하지 말라
진실이 보인다 해도
그것은 진실이 아니니라
만일 능히 진실이 있다면
거짓을 떠나는 것이 바로 마음의 진실이니라
자기 마음이 거짓을 떠나지 못하면
진실은 없게 되니 어디에 진실이 있으리요
유정은 움직일 줄 알고
무정은 움직이지 않느니
만일 움직이지 않는 행을 닦는다면
무정의 움직이지 않음과 같으니라
만일 참으로 움직이지 않음을 깨달으면
움직임 위에 움직이지 않음이 있느니
움직이지 않는 것만 집착하면
뜻도 없고 부처의 성품도 없도다
능히 모양을 잘 분별하여
근본 뜻은 움직이지 말지니
만일 깨달아서 볼 줄 알게 되면
곧 이것은 진여의 작용이니라
도를 배우는 모든 이에게 알리노니
노력하여 모름지기 뜻을 세울지어다
대승 법문에 있으면서
도리어 생사의 견해에 집착하지 말라
앞 사람과 서로 응하면
곧 함께 부처님의 진리를 의논할지니
서로 응하지 않거든
합장하여 선을 짓도록 권하라
이 가르침은 원래 다툼이 없음이니
다툼이 있으면 도의 뜻을 잃으리니
미혹에 집착하여 법문을 다투면
자기 본성은 생사 길에 빠지느니라
대중스님들은 다 듣고 나서 대사의 뜻을 알았으며, 다시는 감히 다투지 않고 가르침에 따라 수행하겠다고 일시에 함께 예배했다. 곧 대사께서 오래 세상에 머무르지 않을 것을 알았다.
상좌인 법해가 앞으로 나아가 대사에게 아뢰었다.
"대사께서 떠나신 후, 가사와 법은 장차 누구에게 부촉하리까?"
대사가 말했다.
"법은 이미 전했으니 그대들은 물을 필요가 없다. 내가 떠난 뒤 20여 년에 잘못된 법이 어지럽게 우리 종지를 흔들어 놓을 것이다. 그러나 한 사람이 나타나, 몸과 목숨을 아끼지 않고 불법의 옳고 그름을 바로잡아 종지를 굳게 세우게 될 것이니, 이것이 곧 나의 바른 법이니라. 그러므로 가사를 전하는 것은 옳지 않으니라. 그대들이 믿지 않는다면, 내가 선대 다섯 분 조사께서 가사를 주고 법을 전한 게송들을 외어 주리라.
일조이신 달마의 게송 뜻에 따르더라도 옷은 마땅히 전할 것이 못된다. 잘 들으라, 내가 그대들을 위해 외우리라."
제일조 달마화상은 게송에 말하였다.
내가 본래 당나라로 온 것은
가르침을 전해 미혹한 중생을 구하기 위함이니
한 꽃에 다섯 잎을 펴니
열매를 맺는 것은 절로 이루어지도다
제이조 혜가화상은 게송에 말하였다.
본래 땅에 인연이 있어
땅에서 씨앗과 꽃 피나니
만약 본래부터 땅이 없다면
꽃이 어느 곳에서 피어나리요
제3조 승찬화상은 게송에서 말하였다.
꽃도 씨도 땅을 인연하여
땅 위에 씨와 꽃을 피우나
꽃과 씨에 나는 성품이 없으면
땅에도 또한 남이 없도다
제4조 도신화상은 게송에서 말하였다.
꽃과 씨에 나는 성품이 있어
땅을 인연하여 씨는 꽃을 피우나
앞의 인연이 화합하지 않으면
모든 것이 다 나는 일이 없도다
제5조 홍인화상은 게송에서 말하였다.
뜻 있는 이 와서 씨를 뿌리니
뜻이 없는 꽃이 피어나고
뜻도 없고, 또 씨앗도 없으니
마음 바탕에도 또 남이 없도다
제6조 혜능화상은 게송에서 말하였다.
마음 바탕에 뜻의 씨앗을 머금으니
법의 비가 내려 꽃을 피우고
스스로 꽃의 뜻과 씨앗을 깨달으니
보리의 열매가 절로 이루어지도다
혜능대사가 말했다.
그대들은 또한 내가 지은 두 게송을 들어라. 달마화상이 남긴 게송의 뜻을 취하였으니, 그대들 미혹한 사람들은 이 게송에 의지해 수행하면 반드시 견성할 것이니라.
첫째 게송에 말하였다.
마음 바탕에 삿된 꽃이 피니
다섯 잎은 뿌리를 좇아 따르고
함께 무명의 업을 지어
업의 바람에 휘날리는도다
둘째 게송에 말하였다.
마음 바탕에 바른 꽃이 피니
다섯 잎은 뿌리를 좇아 따르고
함께 반야의 지혜 닦으니
장차 올 부처의 지혜로다
육조대사는 게송 설명하기를 다 마치자, 뭇 사람들을 해산시켰다. 제자들이 밖으로 나와 생각하니, 대사가 세상에 오래 머물지 않을 것임을 알았다.
육조는 그 뒤 8월 3일에 이르러 공양을 마친 뒤 말했다.
"그대들은 차례를 따라 자리에 앉으라. 내가 이제 그대들과 작별하리라."
법해가 여쭈었다.
"이 돈교법을 전수한 것은, 예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몇 대나 됩니까?"
육조대사가 말했다.
"처음에 일곱 부처님으로부터 전수되었으니, 석가모니불은 그 일곱째이시다.
대가섭이 제8
아난이 제9
말전지가 제10
상나화수가 제11
우바국다가 제12
제다가 제13
불타난제가 제14
불타밀다가 제15
협비구가 제16
부나사가 제17
마명이 제18
비라장자가 제19
용수가 제20
가나제바가 제21
나후라가 제22
승가나제가 제23
승가야사가 제24
구마라타가 제25
사야다가 제26
바수반다가 제27
마나라가 제28
학륵나가 제29
사자비구가 제30
사나바사가 제31
우바굴이 제32
승가라가 제33
수바밀다가 제34
남천축국의 왕자로 셋째아들인 보리달마가 제35
당나라 승려 혜가가 제36
승찬이 제37
도신이 제38
홍인이 제39
혜능 자신이 지금 법을 받아 제40이니라."
대사가 말했다.
"오늘 이후로는 서로서로 전수하여 모름지기 의약이 있게 하고, 종지를 잃는 일이 없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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