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동은 양의 목을 내려친다 양들이 휘청거리다 쓰러진다
너는 새하얀 것을 믿니 여기 새하얀 것들이 쌓여 있어
목동은 양의 발목을 잡아끈다 돌을 쌓듯 양을 쌓아
새빨간 성벽을 만든다
밤 그리고 밤
목동은 미동도 않고 서 있다
그 고요가 숲의 온 나무를 흔들 때
여름의 마지막 책장은 넘어가고
다시 밤은
부리가 긴 새들을 키운다
두 눈을 찌르러 올 것이다
얼마나 멀리 온 발일까
벽에 걸린 그림자를 떼어내도
벽에는 그림자가 걸려 있고
얼마나 오래 버려진 책일까
첫 장을 펼치기도 전에
모래 알갱이가 되어 바스러지는
목동은 구름처럼
양들이 평화롭게 날아가는 것을 보았다
가볍고 포근한
심장을 찌르러 오는 빛
목동은 부신 눈을 비비며 서 있다
언덕 너머에 진짜 언덕이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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