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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연 - 접어놓은 페이지

 

너의 슬픔이 끼어들 때 : 안희연 시집, 창비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안희연 시집, 창비 밤이라고 부르는 것들 속에는:안희연 시집, 현대문학 흩어지는 마음에게 안녕, 서랍의날씨

 

 

 목동은 양의 목을 내려친다 양들이 휘청거리다 쓰러진다

 

 너는 새하얀 것을 믿니 여기 새하얀 것들이 쌓여 있어

 목동은 양의 발목을 잡아끈다 돌을 쌓듯 양을 쌓아

 새빨간 성벽을 만든다

 

 밤 그리고 밤

 목동은 미동도 않고 서 있다

 그 고요가 숲의 온 나무를 흔들 때

 여름의 마지막 책장은 넘어가고

 

 다시 밤은

 부리가 긴 새들을 키운다

 두 눈을 찌르러 올 것이다

 

 얼마나 멀리 온 발일까

 벽에 걸린 그림자를 떼어내도

 벽에는 그림자가 걸려 있고

 

 얼마나 오래 버려진 책일까

 첫 장을 펼치기도 전에

 모래 알갱이가 되어 바스러지는

 

 목동은 구름처럼

 양들이 평화롭게 날아가는 것을 보았다

 가볍고 포근한

 

 심장을 찌르러 오는 빛

 

 목동은 부신 눈을 비비며 서 있다

 언덕 너머에 진짜 언덕이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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