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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연 - 하나 그리고 둘

 

너의 슬픔이 끼어들 때 : 안희연 시집, 창비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안희연 시집, 창비 밤이라고 부르는 것들 속에는:안희연 시집, 현대문학 흩어지는 마음에게 안녕, 서랍의날씨

 

 

 1

 휴일이 되자 다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누군가 헬맷처럼 내 얼굴을 뒤집어쓰고 손목 안으로

 손목을 밀어넣었다

 

 2

 누군가 읽은 편지 누군가 쓰다듬은 고양이 누군가 깨문 과일

 그는 접시를 닦으며 나에게 맞는 이름을 찾는다

 누군가 연 문 누군가 넘어뜨린 의자 누군가 죽은 병원

 거품 속에서 자꾸만 미끄러지는 것은

 접시일까 이름일까

 

 3

 장갑은 손처럼 생겼지만 손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

 나에게는 없는 손을 장갑 속에서 발견한다면

 얼마나 부끄러워질 것인가

 

 접시와 접시 사이에는 또다른 접시가 있고

 식탁 위에는 이인분의 음식이 차려져 있지만

 

 나는 내가 한사람이라는 것을 믿는다

 

 4

 목을 넣었다 빼는 동작에 대해

 창문은 끝까지 침묵할 준비가 되어 있다

 

 땀에 흠뻑 젖은 얼굴을 벗는다

 

 문득 손이 뜨겁다 손끝에서 이름이 돋아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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