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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연 - 파트너

 

너의 슬픔이 끼어들 때 : 안희연 시집, 창비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안희연 시집, 창비 밤이라고 부르는 것들 속에는:안희연 시집, 현대문학 흩어지는 마음에게 안녕, 서랍의날씨

 

 

 너의 머리를 잠시 빌리기로 하자

 개에게는 개의 머리가 필요하고 물고기에게는 물고기의 머리가 필요하듯이

 

 두 개의 목소리가 동시에 터져나오더라도 놀라지 않기로 하자

 정면을 보는 것과 정면으로 보는 것

 거울은 파편으로 대항한다

 

 잠에서 깨어나면 어김없이 멀리 와 있어서

 나는 종종 나무토막을 곁에 두지만

 

 우리가 필체와 그림자를 공유한다면

 절반의 기억을 되찾을 수 있겠지

 

 몸을 벗듯이 색색의 모래들이 흘러내리는 벽

 그렇게 너의 슬픔이 끼어들 때

 나의 두 손으로 너의 얼굴을 가려보기도 하는

 

 왼쪽으로 세번째 사람과 오른쪽으로 세번째 사람

 손목과 우산을 합쳐 하나의 이름을 완성한다

 나란히 빗속을 걸어간다

 최대한의 열매로 최소한의 벼랑을 떠날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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