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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연 - 러시안룰렛

 

너의 슬픔이 끼어들 때 : 안희연 시집, 창비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안희연 시집, 창비 밤이라고 부르는 것들 속에는:안희연 시집, 현대문학 흩어지는 마음에게 안녕, 서랍의날씨

 

 

 볼링 핀은 쓰러지는 동작을 익히고 있다

 

 한발의 총성이 울린다 문이 열리고 들것이 들어온다 아홉명의 사내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들것이 나간다

 한발의 총성이 울린다 문이 열리고 들것이 들어온다 여덟명의 사내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들것이 나간다

 

 의심의 여지 없이 레버를 당길 수 있는 것은

 최후라는 말의 매혹 때문

 

 몸이 바닥 쪽으로 기울 때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완성되는 것 단 한순간이라도 나의 최대치가 되어보는 일 나의 시간은 바닥으로부터 다시 몸을 일으키는 동작에 있다 슬로우모션으로 바닥과 무릎을 차례로 짚는 것으로부터

 

 목숨을 가진 자만이 일어설 수 있다 그것이 이 게임의 룰

 

 한발의 총성이 울린다 벽이 무너진다고 해도 아니 실은 벽이라는 건 처음부터 없었다고 해도 나는 안이다 나는 바깥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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