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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보영 - 복도가 준비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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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도가 있고

 창문1과 창문2가 마주 보고 있다

 

 창문1은 하지 않은 말이 있다 창문2는 창문1이 하지 않은 말을 마저 하지 않음으로써

 복도를 유지한다

 

 복도의 창문은 늘 뜬눈이다

 뜬눈이 뜬눈을 본다

 

 나는 너를 화나게 하고 싶다

 

 창문1은 창문2를 통과한다

 창문1은 창문2가 가진 숲을 본다 숲이 가진 벌벽을 본다 절벽이 가진 흰 손바닥을 본다 흰 손바닥을 이곳저곳 묻히며 추락하는 사람을 본다

 

 뜬눈으로 밤을 새우는 이가 가지색 천장을 본다 누워 자는 윗집 사람이 있다 윗집 사람이 뜬눈으로 가지색 윗집 사람을 본다

 

 뜬눈으로 죽은 사람 둘

 뜬눈으로 헤어진 연인 둘

 뜬눈으로 추락하는 사람 하나

 건조한 복도로 건조한 새가 날아온다

 

 창문1과 창문2는 서로를 향해 전진하지 않는다

 복도가 거리를 유지한다

 

 창문1과 창문2가 사랑을 해서 가깝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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