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그림자에 붙잡혀
맥없는 추측으로 시간을 보내자니 죽을 맛이다.
카페 밖 인도는
종일 외롭군.
나를 쳐다보는 내 고양이가 저놈 뭐지 하는 눈치고
그걸 쳐다보는 나도 저놈 뭐지
싶어
재밌다......
40년 전 유명 잡지 기사 두 편을 읽어 보니
당시 별로였던 글은
역시
지금 봐도
별로다.
이 작가들은 모두 살아남지 못했다.
가끔은 어딘가에서
이상한 정의가
실현되고는 한다.
가끔은
아니기도 하고......
중학교는 앞으로 다가올 기나긴 지옥의
첫 예고편이었다.
부모님 못지않은 끔찍한 존재들과의
조우.
상상조차 못했던
일들......
학사 장교 때 총기 조작법으로
상을 탔지만
타든 말든
관심 없었다.
아무것도 관심 없었다,
여자조차 시시한 게임 같아
쫓을 마음이 들지 않았다
하찮은 데 목숨 걸기 싫었다.
밤에 가끔씩 잠들기 전에
뭐 하며 살까, 무엇이 될까
생각했다.
은행 강도, 술꾼, 거렁뱅이, 머저리, 평범한
노동자.
내가 정박한 곳은 평범한 머저리 노동자.
그나마 다른 대안보다 편할 것
같아서......
죽도록 굶주릴 때 좋은 건
마침내 음식을
먹게 되면
세상에 그리 아름답고 맛있고 마법 같은 일은
또 없다는 것이다.
평생 하루 세 끼 꼬박꼬박 먹는 자들은
절대 모르지
음식의
참맛을......
사람들은 참 이상해, 사소한 일에는 늘
발끈하면서
정작
삶을 낭비하는
큰 문제는
잘 모르니
말이지......
알고 보니 작가들은 대부분
편을 갈랐다.
학파, 기득권, 이론이라는 게
있었다.
무리를 이뤄 서로
싸웠다.
문단 내 정치가 있었다.
순응과 씁쓸함이
있었다.
글쓰기란 혼자 하는 일인 줄
알았는데.
그 생각은 변함이 없지만......
동물은 천국이냐 지옥이냐
걱정하지 않는다.
그건 나도
그렇다.
그래서 우리가
사이가
좋은 거겠지......
외로운 사람들이 다가오면 나는
다른 이들이 왜 그들을 떠났는지
그 이유를 금세
알게 된다.
혼자 남는 것은
내겐
축복인데
그들에겐
공포......
셀린, 참 가엾은 양반.
그의 작품은 하나.
다른 것들은 잊어라.
참 대단한 책 아닌가.
[밤 끝으로의 여행]
그 책으로
그는 전부를 빼앗기고
파란의 안갯속을
유영하는
천덕꾸러기
괴짜로
전락했다......
미합중국은 참
이상한 곳이다.
미국은 1970년에 이미
정점을 쳤고
이후 지금까지
해마다
3년씩
퇴보해
1989년에는
돌아가는 형편이
꼬라지가
1930년이었다.
굳이 영화관에 가서
공포 영화를 볼 필요가
없지 뭔가.
내가 원고를 부치는 우체국 옆에
정신병원이 하나
있다.
나는 우체국 앞에 주차하지 않고
꼭 그 정신병원 앞에 주차하고
걸어 내려간다.
그 정신병원을 지난다.
몇몇 양호한 환자들은 포치에 나가도 좋다는
허락을 받아
비둘기처럼 거기
앉아 있다.
나는 그들에게 형제애를
느끼지만
그들과 함께 앉아 있지는 않는다.
걸어가서 내 작품을
1종 우편물 칸에 떨어뜨린다.
나는 무슨 일이든
똑바로 해야 한다.
돌아갈 때 그들을 쳐다보는 둥
마는 둥 한다.
차에 올라타 차를 몰고
떠난다.
나는 차를 몰아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다.
집을 향해 쭉 차를
몬다.
진입로를 따라 올라오는데 문득
지금 뭐 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든다.
차에서 내리자
고양이 다섯 놈 중 한 놈이
다가온다. 참으로 멋진
녀석.
손을 아래로 뻗어 녀석을
만져본다.
기분이 좋아진다.
지금 나는 해야 할 일을 정확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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