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가 되려고 인내해야 했던 것들을
생각해 본다. 여러 도시의 방들,
쥐도 아사할
음식 찌꺼기로
연명하던 일.
피골이 상접해 어깨뼈로 빵도 자를
지경인데 자를 빵이 있어야
말이지......
그 와중에도 종이에
끄적이고 또
끄적였다.
여기서 저기로 이사를
할 때면
마분지 여행 가방 하나면
족했다. 겉도 종이요 안에 든 것도
종이.
집주인 여자들은 하나같이
같은 걸 물었다. "무슨 일
하세요?"
"작가입니다."
"어머나......"
글발을 세워 보겠다고 콧구멍만 한
방 안에 틀어박히면
많은 이들이 딱하게 여기며
사과, 호두, 복숭아 같은 간식거리를
주었다......
내가 먹는 거라곤
그게 전부일 거라는
생각은
못했겠지.
하지만 내 방에서 싸구려 와인 병들이
발각되는 순간 그들의 연민은
사라졌다.
배고픈 작가는
괜찮아도
배고픈 작가가 술을 마시는 건
괜찮지 않았다.
술은 어떤 경우에도 용납되지
않았다.
세상이 순식간에 옥죄어
올 때
와인 한 병은 꽤 쓸 만한 친구가
되는데도.
아. 그 집주인 여자들
대부분 뚱뚱하고 느렸고 남편은
오래전에 죽고 없었다.
그 여자들이 자신의 왕국 계단을
오르내리는 소리가 지금도
귀에 선하다.
그들은 내 존재를 지배했다.
방세가 일주일만 밀려도
들들 볶아 대서
가끔은
거리에서 지내야
했는데
거리에서는
글을 쓸 수 없었다.
방 하나, 문 하나, 벽들을
갖추는 게
몹시
중요했다.
아, 그 침대에서 맞이한
암울한 아침들.
그들의 발소리에 귀를 세우고
그들의 기침 소리에 귀를 세우고
그들이 변기 물 내리는 소리를
듣고, 그들이 요리하는 냄새를
맡으며
뉴욕시와 세상에 선보일
글 몇 줄이 떠오르기를
기다렸다.
바깥 세상에 계시는
배우고 똑똑하고 고상하고
끼리끼리 교배하고 격식을 따지고
팔자 늘어진 분들에게
선보일 글이었다.
거절을 할 때도
뜸을 들이는 분들이지.
그래, 그 암울한 침대에서
집주인 여자가 부스럭대고
딸그락대고 기웃대고 칼날 가는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나만의 특별한
방식으로
내가 하려는 말을
알아주지 않는
바깥 세상 편집자들과
출판업자들이
종종 떠올랐다.
그들이 틀린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몹시 뼈아픈
생각이 뒤를
따랐다
내가 바보일지
모른다는.
작가라면 거의 누구나
자기 글이 특별하다고
생각한다는.
그것은
흔한 일이다.
바보가 되는 건
흔한 일이다.
그 순간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종이를
찾아
다시
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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