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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부코스키 - 불씨

 

망할 놈의 예술을 한답시고, 민음사 호밀빵 햄 샌드위치:찰스 부코스키 장편소설, 열린책들 창작 수업, 민음사 글쓰기에 대하여, 시공사 사랑에 대하여, 시공사

 

 

 하급 노동자로 살 때는 단 한 순간도

 분노가 가신 적 없었다. 늘

 머리가 아프고 속이 쓰리고 어지럽고

 미칠 것 같았다. 왜 내 삶을 스스로

 도살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지루하고 몰지각한 노동뿐 아니라

 괴로운 기색 하나 없고

 심지어 만족한 듯 보이는

 많은 동료들 때문에

 환장할 지경이었다.

 

 노동자들은 굴복했다.

 노동은 그들을 무용지물로 파괴했고

 그들은 단물을 빨리고 내쳐졌다.

 

 나는 매 순간 분노했다. 매 순간 내 시간은

 도륙당했고

 아무것도 단조로움을 달래 주지 않았다.

 

 자살을 생각했다.

 한 줌의 여가 시간을 술로 보냈다.

 긴 세월 노동을 했다.

 

 최악의 여자들과 같이 살았고

 노동을 견디고 살아남은 것들은

 그녀들 손에 죽어 갔다.

 

 나는 죽어 가고 있었다.

 내면의 무엇이 속삭였다, 저지르라고, 죽으라고, 잠들라고

 그들처럼 되라고, 받아들이라고.

 

 내면의 또 다른 무엇이 속삭였다, 안 돼

 가장 작은 조각을 살려 봐.

 많이도 필요 없어, 그냥 불씨만 살려 둬.

 불씨 하나가

 숲 전체를 태울 수 있어.

 그냥 불씨 하나만.

 그걸 살려 둬.

 

 해낸 것 같다.

 다행히도.

 참 우라지게 복도

 많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