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가림막이 찢길 때
고양이가 사나운 눈으로 뛰어오를 때
늙은 바텐더가 나무에 기댈 때
벌새가 잠이 들 때
당신도 나도 그대도
깨닫지
탱크가 애꿎은 전쟁터를 휘저을 때
타이어가 고속도로를 내달릴 때
싸구려 버번에 취한 난쟁이가 밤에 홀로 울 때
황소가 고이 투우사의 먹잇감이 될 때
풀이 당신을 바라볼 때 나무들이 당신을 바라볼 때
바다가 넓고 참되게 생명을 품을 때
당신도 나도 그대도
깨닫지
침대 밑 슬리퍼 두 짝의 슬픔과 영광을
피와 함께 춤추는 심장의 발레를
사랑꾼 아가씨가 거울을 피하게 될 날을
지옥에서 하는 야근을
상한 샐러드로 때우는 점심을
당신도 나도 그대도
깨닫지
끝이 났다는 걸
혹독한 고통 후 또다시 혹독한 함정에 빠진 듯해도
당신도 나도 그대도
깨닫지
가끔 난데없이 나타나 매처럼 솟구치고 달처럼 불가능을 꿰뚫는 기쁨을
당신도 나도 그대도
깨닫지
성난 눈의 의기양양한 광기를
우리가 결국은 속지 않았음을
우리 손을 우리 발을 우리 삶을 우리 길을 바라볼 때
당신도 나도 그대도
깨닫지
잠든 벌새를
살해된 병사의 죽음을
태양을 마주하면 괴롭다는 것을
당신도 나도 그대도
깨닫지
우리가 죽음을 물리칠 것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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