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과 뼈만으로도 살 수 있어.
과연 그럴까, 당신이라면 그것이 가능할까,
고민하는 사이
당신의 붉은 입 뒤편에서 미동도 없이 서서히 깨어지는 은빛 창문.
우리의 뼈가 뒤섞일 수 있을까,
우리의 마음은 대체 어디로 날아가버릴까, 그러면
어제의 당신과 내 유년의 골짜기는 무슨 빛깔을 띨까?
저리도 가볍게 비석을 빚는 하나님의 검붉고 두터운 손,
하지만 물의 뿌리를 흔드는 손, 그 손을 움켜쥐고
이 방의 창문을 깨고 있는 창밖의 세계여,
실은 너조차도 더러운 것은 아닐는지.
하늘에 가득한 비문을 읊으며
차라리 우리는 서로의 방을 꿰매자.
우리의 방바닥이 무저갱 속으로 가라앉을 때까지 춤이나 추자.
거룩한 유폐들로 가득한 창 안의 세계에
곱게 누워 나의 검은 뼈가 들어오기를 기다리는
당신을 보며
나는 차라리 당신의 입을 지나 밤새 그 손을 빨고 싶기도 했지.
그 손이 투명해질 때까지,
마음과 뼈가 서로 다른 곳을 향하여 뛰어갈 때까지.
비겁함, 두려움, 공포, 증오, 모멸감......
또 무엇을 읽을 수 있을까?
저 창이 깨져버리면 당신은 도망가겠지.
그러니 이제 내가 당신의 입술을 물고 있어야지.
그런데 여기는 누구의 방일까?
누가 저 창을 깨버리고
누가 누구의 방을 삼킨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