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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근 - 시인들

 

어떻게든 이별:류근 시집, 문학과지성사 상처적 체질, 문학과지성사 함부로 사랑에 속아주는 버릇:류근 산문집, 해냄출판사

 

 

 이상하지

 시깨나 쓴다는 시인들 얼굴을 보면

 눈매들이 조금씩 일그러져 있다

 잔칫날 울지 않으려 애쓰는 사람처럼

 심하게 얻어맞으면서도

 어떤 이유에서든 이 악물고 버티는 여자처럼

 얼굴의 능선이 조금씩 비틀려 있다

 

 아직도 일렬횡대가 아니고선 절대로 사진 찍히는 법 없는

 시인들과 어울려 어쩌다 술을 마시면

 독립군과 빨치산과 선생과 정치꾼이

 실업자가 슬픔이 과거가 영수증이

 탁자 하나를 마주한 채 끄덕이고 있는 것 같아

 천장에 매달린 전구 알조차 비현실적으로 흔들리고

 빨리 어떻게든 사막으로 돌아가

 뼈를 말려야 할 것 같다 이게 뭐냐고

 물어야 할 것 같다

 

 울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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