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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근 - 크리티컬 블루, 재즈학교

 

어떻게든 이별:류근 시집, 문학과지성사 상처적 체질, 문학과지성사 함부로 사랑에 속아주는 버릇:류근 산문집, 해냄출판사

 

 

 오늘 밤 나의 파티에 오시겠어요?

 구름과 불과 장미로 빚은 술이 있고

 푸른 벽 귀퉁이에서 얼마든지 기타와 마리화나를

 청할 수도 있어요 불안은 천장에 매달아둔

 등불처럼 밤과 우리들의 어깨를 어루만지겠지요

 밀고자가 없다면 좀더 오랫동안 평화로울 수 있겠지만

 그런 건 아무래도 괜찮아요 때로 불면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새벽이 오기도 하는 법이니까요

 여자들은 아무 데서나 옷을 벗고 남자들은 탄식 위에

 그것들을 가지런히 널어놓습니다

 밤에도 새가 우는 때가 있는데

 동쪽에서 온 젊은이들이 긴 사냥총을 쏘아 죽이는 것으로

 우리들의 위선을 지켜주기도 하지요 노래 부르길

 좋아하는 사람들은 왜 머리 기르길 더 좋아하나요

 연애를 못 잊는 사람들은 왜 이별을 더 많이 기억하나요

 콘트라베이스는 이제 너무 늙어서 낙타처럼 걷습니다

 당신이 석양의 노래를 부를 줄 안다면 어떨까요

 나는 파도와 사막이 만나 소리 내지 않는 영혼을

 꿈꾸기도 해요 아, 오늘 밤 나의 파티에 오시겠어요?

 당신의 처녀가 사르륵사르륵 소리를 내고

 나의 존재는 조금씩 바깥쪽으로 허물어지겠지요

 고백 따위 회개 따위 준비하지 맙시다

 나는 젊은 피아노 위에서 립스틱처럼 붉은 잠을 자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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