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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근 - 있겠지

 

어떻게든 이별:류근 시집, 문학과지성사 상처적 체질, 문학과지성사 함부로 사랑에 속아주는 버릇:류근 산문집, 해냄출판사

 

 

 4월의 마지막 날을 위해 비가 내릴 수도 있겠지

 4월의 마지막 날을 위해

 천지에 꽃들이 한꺼번에 져버릴 수도 있겠지

 사랑한 사람은 멀리서 고양이처럼 소리를 멈추고

 나는 휘어진 무릎을 곧게 세워 꽃받침대로 쓸 수 있겠지

 4월의 마지막 날을 위해 우산을 사면

 조금씩 헤어진 애인이 다가와 어깨를 적시고

 방금 마련한 음악으로 이별을 지워버릴 수도 있겠지

 사는 것은 늘 지루한 혼잣말,

 언제 우리의 고장난 구름은 지붕을 고쳐 쓸 수 있을 것인가

 콘돔을 산 애인은 어떤 여관에서 흘러나올 것인가

 4월의 마지막 날을 위해 비가 내리고

 4월의 마지막 날을 위해

 일찍 구겨진 엽서가 반송될 수도 있겠지

 지구의 마지막 바퀴가 반 바퀴쯤

 허공에 넋 놓고 천천히 걸렸다 넘어올 수도 있겠지

 4월의 마지막 날을 위해

 너를 죽여버리고 꽃나무 아래서

 영영 울어버릴 수도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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