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마지막 날을 위해 비가 내릴 수도 있겠지
4월의 마지막 날을 위해
천지에 꽃들이 한꺼번에 져버릴 수도 있겠지
사랑한 사람은 멀리서 고양이처럼 소리를 멈추고
나는 휘어진 무릎을 곧게 세워 꽃받침대로 쓸 수 있겠지
4월의 마지막 날을 위해 우산을 사면
조금씩 헤어진 애인이 다가와 어깨를 적시고
방금 마련한 음악으로 이별을 지워버릴 수도 있겠지
사는 것은 늘 지루한 혼잣말,
언제 우리의 고장난 구름은 지붕을 고쳐 쓸 수 있을 것인가
콘돔을 산 애인은 어떤 여관에서 흘러나올 것인가
4월의 마지막 날을 위해 비가 내리고
4월의 마지막 날을 위해
일찍 구겨진 엽서가 반송될 수도 있겠지
지구의 마지막 바퀴가 반 바퀴쯤
허공에 넋 놓고 천천히 걸렸다 넘어올 수도 있겠지
4월의 마지막 날을 위해
너를 죽여버리고 꽃나무 아래서
영영 울어버릴 수도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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