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총신 끝에서 새가 푸드덕 날아오른다
하얀 기폭,
눈부신 소녀의 허벅지,
너는 총구가 식어 서부 대신 동부로 갔고 소년은 총구가 부끄러워
제 안을 맴돈다 불온한 사랑처럼 십자가 위로 젖은 눈이 꽂히는데
너는 퀴어도 아니면서 총을 만졌고 소년의 총은 구멍 없이 더웠다
자위적인 태도와 그림자 없는 형상으로
들켜버린 아름다운 치부,
-2
조숙과 미숙에서 밤은 혼미했고 근친이 구약에 혼숙하고 있음을 알아챈 소년이 자신의 신을 바다에 버렸다 붉은 바람이 불어왔고 소년은 네 어머니와 여동생에게로 개종하였던가
몸 안 깊은 골짝까지 뜨거운 눈보라 흩날리고 너는 사라졌다 죄지은 손과 함께
신을 걸어두고 네가 방언을 한다 누군가는 그걸 발견이라고 명명한다 머나먼 노스캐롤라이나에서도 여전히 네 총은 소년의 총과 흡사하고 여전히 모호하며 여전히 소녀의 오빠이며 연인의 아들이다 여전히
기도한다 네가 방아쇠를 당긴 후 소년의 총신엔 꽃이 자랐고 총알이 밤마다 꿈 안을 부랑했던 것을 고해하길
기도한다 총소리에 엉킨 피아노 선율이 총신을 칭칭 감았던 것을 고해하길
술을 마시고 자신 혹은 타인의 총을 애무하던 밤의 냄새가 흘러온다 근친의 거리를 모색하며 바닷새를 사육하던 언덕이 밀려온다 녹슨 총구에서 자주 더운 눈이 내리고
-3
너는 동부에서 오늘도 총을 매단 채 오래된 겨울에 대해
오염된 간증을 흘리는데
어디선가
탕- 탕탕-
번져온다 흐릿한 꽃향기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안민 - 스노우 볼 (0) | 2020.11.14 |
---|---|
안민 - 모래시계 (0) | 2020.11.14 |
안민 - 당신을 향해 달리는 당신 (0) | 2020.11.14 |
안민 - 나와 나의 분인과 겨울에 갇히던 (0) | 2020.11.14 |
우남정 - 돋보기의 공식 외 5편 (2018 세계일보 신춘문예 시) (0) | 2020.11.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