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평원을 달리고 있는
당신,
페르시아에 속해 있습니까?
아테네에 속해 있습니까?
당신은 아름다운 전령입니다
발이 사뿐사뿐 뒤통수를 쫓고 있습니다
개에게서 호흡을 배워
당신은 달리고 새는 날고 물고기는 헤엄치고
그리하여 멀어지고 있습니다 숲으로부터
나로부터 몰락을 둘러업고
낙타처럼 느리게 혹은 치타처럼 빠르게
몸이 몸을 밀고 나아갑니다
당신을 알기 위해
얼마나 많은 몸을 거쳐야 했습니까
그림자도 결별이 있다고 하였나요?
나도 그림자를 베어내고 떠나려 했는데 여전히 숲에 머물고 있습니다 당신의 들숨과 날숨을 잉태했기 때문입니다 아름다운 안나처럼... 지금은 숲에 화살 같은 비가 내립니다 액자 안엔 고갱의 자식들이 오버페이스를 합니다 모든 입이 당신과 내가 관계하지 않았음을 입증하고 있어요 내 음악은 오선지 네 번째 줄에 걸려 펄럭입니다 당신의 호흡은 벽을 잘 뚫고 있나요?
터닝 포인트! 터닝 포인트!
양 발목의 관절각을 길게 유지해야 합니다
당신이 베어 문 숲 귀퉁이에서
다리들이 무럭무럭 자랍니다
뒤꿈치가 참 예쁩니다
그러나 뒤꿈치로 착지해선 곤란합니다
한 발에서 다른 발로 디딤발을
신속하게 바꿔주는 센스,
당신은 역시 프로입니다
헉헉거리는 혀,
중력에 순응하는 뼈와 근육들,
무릎이 굽어 있는 나무,
생각 없이 다리에 얹혀 달라는
귀와 머리칼,
그 모든 풍경이 순환하고 있어요
그러나 나의 숲엔 반환점이 없습니다
테이퍼링의 나날입니다
자궁이 방황하듯 숲은 여전히 무의식적입니다 어제는 숲이 두통을 앓았어요 쓸쓸한 가을이 마흔두 번째 당도하고 있었지요 내일 밤에 만날 남자가 유산소 지구력과 무산소 지구력을 해석하기 위해 숲을 세 번 더듬습니다 숲에는 아버지가 되고 싶은 풀꽃들이 질서 없이 흔들려요 당신은 낯선 당신을 몇 번이나 외면했나요? 화살이 겹겹이 쌓입니다 완주를 목적으로 하는 발바닥은, 이성적으로 잘 부풀고 있나요? 그리운 당신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안민 - 모래시계 (0) | 2020.11.14 |
---|---|
안민 - 사춘기에서 그 다음 절기까지 (0) | 2020.11.14 |
안민 - 나와 나의 분인과 겨울에 갇히던 (0) | 2020.11.14 |
우남정 - 돋보기의 공식 외 5편 (2018 세계일보 신춘문예 시) (0) | 2020.11.12 |
박신우 - 역대 가장 작은 별이 발견되다 외 5편 (2019 세계일보 신춘문예 시) (0) | 2020.11.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