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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민 - 나와 나의 분인과 겨울에 갇히던

 

아난타:안민 시집, 세상의모든시집 게헨나:안민 시집, 한국문연

 

 

 공포는 나에게서부터 시작되었고

 내 뿌리 끝에는 눈동자가 있었다

 

 윤리에 감금된 눈동자가 떨릴 때

 일곱 개의 눈동자 속으로 어둠이

 밀려들었다

 

 어머니를 아내로 삼는 파사국과 다섯 형제든 여섯 형제든 공동으로 한 명의 아내만 삼는 사율국에서도 태양이 쓰러지고 겨울이 스며들었다 토화라국과 계빈국과 범인국에서도 그러했다 그즈음

 

 나는 내 분인과 설산을 넘고 있었다

 분인은 피에타에 등장한 남자이기도

 올드보이 안쪽의 외로운 타자이기도

 소설 [서드] 속의 주인공이기도 하였다

 

 아, 피에타 아바타 아미타불의 날들이여

 

 그러므로 나는 하나에서 출발하여 여러 개로 설산을 넘었고 눈이 펑펑 내렸고 아내는 둘이 되었다가 넷이 되기도 했는데 서로의 목에 밧줄을 걸었고 흰 피가 결빙되고 있었다 다시 밤눈이 내리자 아내는 두 개의 화분으로 놓여 자라기 시작했다 아내의 숫자만큼 나의 분인은 인수분해 되지 못했다 일억 광년 거리의 어느 행성에서 또 다른 나의 분인이 눈물을 흘렸고 애인의 남자는 두 번만 등장하기로 했는데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꽃은 각본이 없었고 아이의 퇴화는 빨랐다 마침내 아내는 하나만 남았고 애인은 손가락 숫자만큼 되었다 하지만 나의 분인은 계산되지 않았다 흰 피가 허공에서 내렸고 그믐 무렵 하나 남은 아내마저 희미해져 갔다 서른두 개의 지옥에서 나의 분인은 계속 잉태되었고

 

 공포는 나에게서 오고 있었다

 그건 눈동자 뿌리에서부터였고

 뿌리들, 시원은 구멍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