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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준 - 데자뷔

 

아름다운 그런데:한인준 시집, 창비

 

 

 너는 몇번 죽었니?

 아이가 죽음에게 말했다. 그리고 잃어버린 운동화 한짝을 떠올렸다. 어디에 있을까. 죽음이 다 알 것만 같았다. 이제 어디로 갈 거야? 마지막 죽음만이 남았는데

 죽음은 아이가 귀찮았다.

 아이는 죽음의 왼쪽 무릎을 만지작거렸다. 죽음이 의심스러웠다. 넌 살아 있는 것 같아

 죽음은 아이를 죽였다

 

 죽은 아이는 신고 있던 운동화 한짝을 강게 던져버렸다

 죽음을 죽이고 싶었다. 죽음을 만나기 위해 늙어버렸다. 죽음은 벤치 위에 운동화를 내놓고 앉아 있었다. 네가 던진 운동화 한짝일까, 네가 잃어버린 운동화 한짝일까

 죽은 아이는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죽음에게서 운동화를 뺏었다. 죽음은 아이에게 죽음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이제 마지막 죽음만을 앞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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