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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준 - 묘사

 

아름다운 그런데:한인준 시집, 창비

 

 

 빈 액자에서 없는 그림이 떨어지면

 

 그대로 두세요

 

 방문 뒤에서 구석은 웅크린다. 공간이 순간으로 바뀔 때까지

 

 빈방 위로는 자꾸 빈방만이 놓이고

 

 나는 여러번 빈방을 버려둔다

 

 붙잡은 손을 떨어뜨릴 때마다 손은 손의 위치로 되돌아가니까

 

 이렇게 우리는 수북해질 거야. 구석은 다시

 

 방문 옆에 앉는다

 

 가만히 두 팔을 벌린다. 순간이 공간으로 바뀔 때까지

 

 나를 안아주세요

 

 빈 액자에서 없는 그림이 떨어지고

 

 그대로 두세요

 

 아직 사라지지 않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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