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경전

[육조단경] 법달의 입문

 

 

 법화경을 읽고 외우기를 7년이나 했다고 하는 법달이 혜능에게로 와서 입문하는 이야기이다. 스스로 글자를 모른다고 말하는 혜능이 법달을 위해 법화경의 요점을 말해 주고 있다. 혜능은 이 경전의 수지 독송 서사 강설 공양 등의 수행이, 실상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를 분명히 밝히는 것, 따라서 이 대목은 법화경에 의해 부처님 일대의 설법을 통일하고 실천하려 하는 천태학에 대한 혜능의 근본적인 비판이라는 뜻을 가진다. 

 

 또 한 스님이 있었는데 이름을 법달이라 했다. 항상 법화경 외기를 일곱 해를 했으나 마음이 미혹하여 바른 법의 있는 곳을 알지 못하더니 그가 와서 물었다.

 "마음이 어두워 바른 법이 있는 곳을 알지 못합니다. 가르침에 의심이 있습니다. 대사께서는 지혜가 넓고 크시니 의심을 풀어 주십시오."

 대사가 말했다.

 "법달이여, 법은 이미 통달해 있는 데도 그대의 마음이 통달하지 못하고 있다. 경 자체에는 의심이 없는데 그대의 마음이 스스로 의심하는 것뿐이니, 그대 마음이 스스로 삿되면서 바른 법을 구하려 하는구나. 자기 마음의 바른 안정이 바로 경전을 지니는 것이니라. 나는 한 평생 글자를 모르니, 그대가 법화경을 가지고 와서 내게 대해 한 차례 읽으라. 내가 들으면 곧 알 것이니라."

 법달이 경을 가져다가 읽기를 한 차례 했다. 육조는 듣기를 마치자, 곧 부처의 뜻을 알고 법달을 위해 법화의 가르침을 설법했다.

 육조는 법달에게 말했다.

 "법달이여, 법화경에는 많은 말씀이 없으니, 일곱 권이 모두 인연을 비유한 것뿐이다. 여래가 널리 삼승을 말한 것은, 다만 세상 사람들의 근기가 둔한 사람을 위한 것이며, 경전에는 분명 여러 승이 있는 것이 아니고 오직 하나의 불승뿐이라고 하였느니라."

 대사는 법달에게 또 말했다.

 "법달이여, 그대는 일불승만을 듣고, 이불승을 구하지 마라. 그것은 그대의 본성을 미혹하게 할 것이니, 경 속의 어느 곳이 일불승인지 그대에게 말하리라.

 경에 이르기를 모든 부처님과 세존은 오직 일대사인연 때문에 세상에 나타나셨다고 하였으니, 이 글귀가 곧 바른 법이니라. 이 법을 어떻게 이해하고 이 법을 어떻게 행할 것인가. 그대는 내가 말하는 것을 잘 들으라. 

 사람은 마음에 생각이 없으면 본바탕이 비고 고요하여 그릇된 견해를 떠나게 되니 바로 이것이 일대사인연이니라. 안으로도 밖으로도 미혹하지 않으면 바로 양 극단을 더나니라. 밖으로 길을 잃으면 상에 집착하고, 안으로 길을 잃으면 공에 집착한다. 상에서 상을 떠나고 공에서 공을 떠나면 이것이 곧 미혹하지 않는 것이며, 그러므로 이 법을 깨달아 한순간 마음이 열리는 것이 곧 세상에 나타나는 것이니라.

 마음은 무엇을 여는 것일까. 부처님의 지혜를 연다는 것이다. 부처란 깨달음을 말하는데, 그것은 네 문으로 나뉜다. 깨달은 지혜를 열고, 깨달은 지혜를 보이고, 깨달은 지혜를 깨닫고, 깨달은 지혜로 들어가는 것이니라. 이 열고, 보이고, 깨닫고, 들어감은 다 한 곳으로 들어가는 것이니, 깨달은 지혜로 자기 본 성품을 보는 것이 곧 세상에 부처가 나타나는 것이다."

 대사는 법달에게 말했다.

 "법달이여, 나는 모든 세상 사람이 마음 속에 항상 스스로 부처의 지혜를 열고, 중생의 소견을 내지 않기를 바라노라. 세상 사람의 마음이 바르지 못하면, 어리석고 미혹하여 악을 지어 스스로 중생의 소견을 내고, 세상 사람이 마음이 발라서 지혜를 일으켜 관조하면, 스스로 부처의 지혜를 연다. 중생의 소견을 내지 말라. 부처님의 지혜를 열면 곧 부처가 세상에 나타나게 되느니라."

 대사는 법달에게 말했다.

 "법달이여, 이것이 곧 법화경의 일승의 가르침이니라. 뒤에 이를 나눠 셋으로 한 것은 미혹한 사람들 때문이다. 그대는 오직 일불승만을 의지하라."

 대사는 말했다.

 "법달이여, 마음으로 행하면 법화의 가르침을 굴리고, 마음으로 행하지 않으면 법화가 마음을 굴리게 된다. 마음이 바르면 법화를 굴리고, 마음이 바르지 못하면 법화가 마음을 굴리게 되느니라. 부처의 지견을 열면 법화를 굴리고, 중생의 지견을 열면 법화에 굴림을 당하느니라."

 대사가 말했다.

 "힘써 수행하면 이것이 바로 경을 굴리는 것이니라."

 법달은 한 번 듣고 말 끝에 크게 깨달아, 감동해 눈물을 흘리고 화상에게 아뢰었다.

 "화상이시여, 참으로 지금까지 법화를 굴리지 못하고, 일곱 해를 법화에 굴림을 당해 왔습니다. 앞으로는 법화를 굴려 생각마다 불행을 닦아 행하겠습니다."

 대사가 말했다.

 "곧 부처의 행을 하는 이것이 부처이니라."

 그 때 듣는 사람으로서 깨닫지 못한 이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