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능대사와 사군과의 대화
앞에서 혜능의 긴 설법과 수계는 끝났다. 여기서는 청중들이 그를 다시 불러내게 된다. 사람들의 감동은 그칠 줄을 모른다. 지방장관인 위자사가 청중을 대표해서 다시 질문에 나선다. 질문은 당시 널리 일반 불교도의 관심을 모으고 있었던 보시와 도승 등의 공덕과 서방왕생의 가르침이 참이냐 아니냐 하는 문제이다. 혜능은 보시와 도승의 권화로 보였던 양나라 문제가 참다운 불법을 알지 못했던 것을 말하고, 모든 사람은 자기 본성을 깨닫는 것 이외에 참다운 공덕이 없다는 것을 말한다. 서방왕생의 가르침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혜능은 청중들이 보는 앞에 서방정토를 나타내 보이고, 그 장엄의 하나하나가 본성의 공덕인 것을 설명한다. 그것을 알면 수행은 꼭 출가를 해야만 되는 것은 아니다. 집에 있으면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것이 이 몇 대목의 취지이다. 마지막으로 다시 무상송을 보내어, 집에서 수행하는 사람들에 대한 작별 선물로 한다.
사군은 예배를 하고 몸소 말했다.
"대사의 설법은 참으로 놀랍습니다. 제자는 일찍부터 다소 의심나는 점이 있어 대사께 여쭙고자 합니다. 바라옵건대 대사께서는 대자대비로 이 제자를 위해 말씀해 주십시오."
대사는 말했다.
"의심이 있으면 곧 물으라. 어찌 두 번 세 번 물을 필요가 있으리요."
사군이 물었다.
"대사께서 설하신 법은, 인도에서 오신 제일조사인 달마조사의 종지가 아닙니까?"
대사는 말했다.
"그러하오."
사군이 말했다.
"제자가 아는 바로는, 달마대사가 양무제를 교화했을 때, 무제가 달마에게 묻기를 '짐은 평생을 통해 절을 짓고, 스님들에게 보시와 공양을 올려 왔는데 과연 공덕이 있습니까'라고 하자 달마대사께서 '아무 공덕도 없습니다' 하거늘, 무제는 불쾌하게 여겨 드디어는 달마대사를 국경 밖으로 내보냈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가 잘 이해가 안 가는데 대사께서 설명해 주십시오."
육조대사가 말했다.
"사실 공덕은 없으니, 사군이여, 달마대사의 말을 의심하지 말라. 무제는 삿된 길에 집착하여 바른 법을 알지 못했던 것이다."
사군이 물었다.
"어째서 공덕이 없다 합니까?"
육조대사가 말했다.
"절을 세우고 보시와 공양을 올리는 것은 복을 닦는 것뿐이니, 복을 공덕이라 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공덕은 법신에 있는 것이지, 복전에 있는 것은 아니니라. 자기 법성에 공덕이 있으니, 견성이 곧 공이고, 평등하고 곧음이 곧 덕이니라.
안으로는 불성을 보고, 밖으로는 남을 공경할지니, 만일 모든 사람을 업신여기며 아상을 끊지 못하면, 곧 스스로 공덕이 없고 자기 본성이 허망하여 법신에 공덕이 없기 때문이니라.
생각마다 덕을 행하고 마음이 평등하여 곧으면, 공덕이 곧 가볍지 않으리라. 그러므로 항상 남을 공경하고 스스로 몸을 닦는 것이 곧 공이요, 스스로 마음을 닦는 것이 덕이니라.
공덕은 자기 마음으로 짓는 것이니, 이같이 복과 공덕이 다르거늘 무제가 바른 이치를 알지 못한 것이요, 달마조사께서 잘못이 있는 것은 아니리라."
사군이 예배하고 또 물었다.
"제자가 승속을 통해 볼 때, 항상 아미타불을 생각하며 서방에 태어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청컨대 대사께서 말씀해 주십시오. 그곳에 태어날 수 있습니까. 바라옵건대 저를 위해 의심을 풀어 주십시오."
대사가 말했다.
"사군이여 들으시라. 혜능이 말해 주리라. 세존께서는 사위국에 계시면서 사방정토를 설하여 사람들을 인도하셨다. 경에 분명히 말씀하시기를 '여기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고 하였으니, 다만 근기가 약한 사람을 위해 멀다 하고, 가깝다고 말하는 것은 다만 지혜가 뛰어난 사람을 위해서이다.
사람은 원래 능력의 차이가 있지만, 법은 원래 둘이 아니니, 미혹함과 깨달음이 달라 견해의 더디고 빠름이 있을 뿐이니라.
미혹한 사람은 염불에 매달려 저곳에 태어나기를 원하지만, 깨달은 사람은 스스로 자기 마음을 깨끗하게 하느니라. 그러기에 부처님께서 '그 마음의 깨끗함에 따라 부처의 땅도 깨끗해진다'고 말씀하셨느니라.
사군이여, 동방도 만일 마음을 깨끗이 하면 죄가 없고, 서방도 깨끗지 못하면 허물이 있느니라. 미혹한 사람은 가서 나기를 원하나 동방이든 서방이든 사람이 있는 곳이면 다 한 가지뿐이니라.
다만 마음에 깨끗지 못함이 없으면 서방정토도 여기서 멀지 않고, 마음에 깨끗지 못한 마음을 일으키면, 염불왕생코자 해도 이르기 어려우니라.
십악을 제거하면, 곧 10만 리를 가고, 팔사가 없으면 곧 8천 리를 지난 것이니, 다만 곧은 마음을 행하면, 도달하는 것은 손가락 퉁기는 것과 같으니라. 사군이여, 다만 십선을 행할지니, 어찌 새삼 왕생하기를 바랄 것인가. 십악의 마음을 끊지 못하면, 어느 부처님이 와서 맞아 주겠는가.
만일 무생돈법을 깨달으면 서방정토를 찰나에 볼 것이요, 돈교의 큰 가르침을 깨닫지 못하면, 염불하여도 왕생할 길이 요원하니 어떻게 도달할 수 있겠는가."
육조가 다시 말했다.
"이 혜능이 사군을 위해 서방정토를 찰나 사이에 옮겨다가 눈앞에 바로 보게 하리니, 사군은 보기를 원하는가?"
사군이 예배하며 말했다.
"만일 여기서 볼 수만 있다면, 어찌 극락세계에 가서 태어나기를 바라겠습니까. 원하건대 화상이시여, 자비로써 나를 위해서 서방정토를 보여 주신다면 참으로 다행이겠습니다."
대사가 말했다.
"당나라에서 서방정토를 볼 수 있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지만, 금방 사라져 보이지 않을 것이다."
대중들은 깜짝 놀라 무슨 말인지 어리둥절하자, 대사가 말했다.
"대중들이여, 대중들은 정신차리고 들으라. 세상 사람들의 자기 색신은 성이고, 눈 귀 코 혀 몸은 곧 성문이니, 밖으로 다섯 문이 있고 안으로 뜻문이 있으니, 마음은 곧 땅이요, 성품은 곧 왕이니라. 성품이 있으면 왕이 있고, 성품이 떠나 버리면 왕은 없느니라. 성품이 있으면 몸과 마음이 있고, 성품이 떠나 버리면 몸과 마음이 무너지니라.
부처는 자기 본성에서 생겨나는 것이니, 몸 밖에서 구하지 말지니, 자기 본성이 미혹하면 부처가 곧 중생이요, 자기 본성이 깨달으면 중생이 곧 부처이니라.
자비는 곧 관음보살이요, 희사는 곧 세지보살이라 부르며, 능히 청정하면 석가불이요, 평등하고 곧음은 미륵불이다. 인아상은 수미산이요, 삿된 마음은 큰 바다이며, 번뇌는 곧 파랑이요, 독한 마음은 곧 악룡이며 진로는 물고기와 자라요, 허망함은 곧 귀신이며, 삼독은 곧 지옥이요, 어리석음은 곧 축생이며, 십선은 곧 천당이니라.
인아상이 없으면 수미산은 절로 허물어지고, 삿된 마음을 없애면 바닷물은 절로 마르며, 번뇌가 없으면 파랑이 사라지고, 독해를 제거하면 어룡이 없어지니라. 자기 본심 위의 깨달은 성품의 부처가 큰 지혜를 움직여 밝게 비추어 육문을 청정하게 하고, 육욕천을 다 비추어 다스리고, 아래로 비추어 삼독을 제거하면 지옥이 일시에 소멸하고, 안밖이 훤히 밝아 서방정토와 다를 것이 없나니, 이 같은 수행을 쌓지 않고 어찌 깨달음의 피안에 이르겠는가."
법문을 들은 법좌 아래서는 찬탄하는 소리가 하늘까지 들렸으니, 응당 미혹한 사람들도 문득 훤하게 알아볼 수 있었다.
사군은 예배하고 찬탄하여 말했다.
"참으로 훌륭하십니다. 바라옵나니 모든 법계의 중생이 법문을 듣고 일시에 깨달아 알기를 바랍니다."
대사가 말했다.
"선지식들이여, 만일 수행을 하고자 하면 세속에서도 가능한 것이니, 절에 있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절에 있으면서도 도를 닦지 않으면 서방 사람이 마음이 악한 것과 같고, 세속에 있으면서 수행을 하게 되면 동방 사람이 선함을 닦는 것과 같나니, 다만 바라건대 자기 스스로 청정을 닦으라. 이것이 곧 서방정토이니라."
사군이 화상에게 물었다.
"화상이시여, 세속에 있으면서 어떻게 닦아야 합니까. 바라건대 가르쳐 주십시오."
대사가 말했다.
"선지식들이여, 혜능은 도속들을 위해 무상송을 지어 줄 터이니, 다 이것을 외고 이에 의지해 수행하면, 언제나 혜능과 함께 있는 것과 다름이 없느니라."
게송은 이렇다.
설법도 통달하고 마음도 통달하여
해가 허공에 떠오른 것과 같으니
다만 돈교의 가르침만을 전하여
세상에 나가 사교를 깨뜨리도다
가르침에는 곧 돈과 점이 없으나
미혹함과 깨달음에 더디고 빠름이 있으니
만일 돈교의 가르침을 배우면
어리석은 사람도 미혹하지 않느니라
설명하자면 비록 일만 가지이나
모두 합하면 도로 하나로 돌아가니
번뇌의 캄캄한 어두움 속에서
항상 지혜의 태양이 떠오르게 하라
삿됨은 번뇌를 인연하여 오고
바름이 오면 번뇌는 사라지니
삿됨과 바름 모두 여의면
오직 깨끗함만 남을 뿐이로다
깨달음은 본래 청정하나
마음을 일으키면 곧 망상이라
깨끗한 본성은 망념 속에 있으니
오로지 바르기만 하면 심장이 사라지도다
속세에서 만일 도를 닦으려 하면
아무것도 방해할 것이 없으니
언제나 내 허물을 살피기만 하면
곧 도와 서로 합하는도다
형상이 있는 것에 원래 도가 있거늘
도를 떠나 어디에 도를 찾으리
도를 밖으로 찾아도 도가 보이지 않으니
끝내는 다시 스스로 고뇌만 하는도다
만일 애써 도를 찾고자 한다면
행동의 바름이 바로 도이니
스스로 바른 마음이 없으면
어둠 속 길이라 도를 보지 못하리라
만일 참으로 도를 닦는 사람이면
세상의 어리석음은 보지 않으니
만일 세간의 잘못이 눈에 보이면
스스로가 틀린 것이니 도리어 허물이로다
남의 잘못은 나의 허물이요
나의 잘못은 스스로 죄지음이니
다만 스스로 잘못된 생각 버리고
번뇌를 물리쳐 부수는도다
어리석은 사람을 교화시키는 데는
모름지기 방편이 있어야 하니
그들로 하여금 의심을 깨뜨리게 할지니
곧 깨달음을 보게 되니라
진리는 원래 세상 안에 있고
세상 안에 있으면서 세상을 벗어나니
세상 일을 떠나지 말며 밖에서 출세간의 법을 구하지 말라
삿된 견해가 세간이요
바른 견해는 세간을 벗어남이니
삿됨과 바름을 다 물리쳐 버리면
보리의 성품이 완연하리로다
이것은 다만 돈교이며
또 대승이라 이름하니
미혹하면 여러 겁 헤매게 되지만
깨달음은 찰나의 사이로다
대사가 말했다.
"선지식들이여, 그대들은 다 이 게송을 외어 가질지니, 이 게송을 의지하여 수행하면 혜능을 떨어져 천 리 밖에 있어도 항상 혜능은 옆에 있는 것이요, 이를 수행하지 않으면 얼굴을 마주 하여도 천 리의 거리이니, 각각 스스로 수행할 것이요, 법이 그대들을 기다리지 않느니라.
모두들 이만 헤어지자. 혜능도 조계산으로 돌아가련다. 대중 가운데 만일 크게 의심이 있으면 그 산중으로 오라. 그대들을 위해 의심을 풀고 함께 불성을 보게 하리라."
함께 자리에 있던 관료 스님 속인들이 화상을 예배하여 찬탄해 마지않는 사람이 없었으며 '참으로 훌륭하다. 크게 깨달음을 받았다. 일찍이 듣지 못하던 말씀이로다. 영남 땅은 복된 곳이다. 산 부처님이 여기 계심을 누가 능히 알겠는가.' 하며 모두 다 흩어져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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