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진기를 대자
오래된 나무는
할머니 심장처럼 느렸다
빈 그네에 태워
나무는 떠난 소년을 밀고 있었다
꽃 피우면 힘들잖아
나이테 갈피로 녹음된 목소리가
더딘 호흡을 맴돌고 있었다
약한 허리 쪽으로 깍지벌레들이 습격했다
와인을 움켜쥔 코르크 마개 같은 기다림으로
살아 있는 동안 살아 있음을 확인하듯
나무는
새의 울음으로 울었다
노을 쪽을 잘라 나갔다
소년이 나무를 잃을 때까지
나무가 소년을 잊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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