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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명 - 홈그라운드

 

쇼펜하우어 필경사, 천년의시작

 

 

 하이힐 굽 높이로 섰다

 잘 보이기 위해

 잔뜩 긴장한 불편은

 풋풋한 특권

 

 씨앗으로 꽉 찬 꼬투리, 여기

 

 집 마당의 바람이 일자로 누워 잠자는 시간

 그림자 하나 막 제 이름 밟으며 도움닫기한다

 

 두려움의 꼭짓점은 좀 먼 데 있다는

 만만함으로

 에어돔 둘레를 껴안은 느낌

 나이브한 말 한마디가

 심정 속으로 뛰어들기 전,

 

 눈 내리는 소리로 호흡을 멈춘다

 눈 밟는 소리로 속삭임은 희미하고 또렷했다

 

 과녁으로 나간 손가락들이 헐거워진다

 

 다른 나라 무대였으면 좋겠다

 모르는 말 모르는 얼굴 모르는 부족의 농담이거나 노래에

 우뚝 서 있다면

 

 소라고둥 귀를 닫아도 흘러들어 오는

 나는 귓속말들의 총알받이

 

 군침 흘리면 안 돼 쩝쩝 씹으면 더욱 안 돼

 무심해 줘

 

 홀씨처럼 흩어지는 목소리들

 플렛 슈즈를 신은 기분으로

 남아 있는 홀씨 자세로

 일탈, 생각 밖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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