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솔 연필통이 내게로 왔다
언제나 흔적은 내가 뱉어 낸
어제로부터 온다고
수금하러 왔다
만지면 손금을 타고 혈류를 타고 감돌아
관계사를 모르겠어?
긴 낭하 끝에 자란 풀들은 기억의 모집단
싱싱한 풀잎만 골라내는 내 표본실에서는
옹이가 말을 건네듯
연결어미가 중요하지
달의 인력 같은 기억술이야
세월에 빚진 자들의 장서는 항시 마지막 장에 펼쳐져 있다
손대면 관솔 불빛이 내 지층 연안을 뒤적일 거 같아
독설로 쌓인 모래톱의 주름은 꽃으로 바꿀 수 없어
너는 미안이라는 말을 듣지 못하고
화난 비늘도 보이지 않은 채
미안으로 등을 만들고 둑을 만들어
사행천으로 흘러가 버렸어
달빛에 뒤척이는 은파로 말을 건넸지만
점점 멀어져 갔지
연흔이야
수많은 너는,
까먹은 네 발자국마다 화승총 냄새가 난다
가을이라는 풀무덤 속에 두 귀가 길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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