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밍하는 숲아
재미 삼아 던진 음이름 하나 불러 줘
호수를 배반한 물고기는 울고 울어서
나무 위에 올라 산란하고 있어
바람아, 검은 구름 비질해
악어 장식 속에 뭔가 있다고 도둑을 불러와
뒤뜰 긴 의자에 마지막 연인으로 앉아 있는
내가 키운 편식의 보물
거친 키스로 까만 음자리표 걷어 줘
뭐라도 주고 싶은 정원으로 남아 있게
정물 같은 소녀는
혼자서도 당당할 때 사랑한다고?
첫 번째 거짓말처럼 우연으로 돌아와
포수 앞에서 발을 구겨 넣는 날개야
낮꿈의 꼬임에 발뒤꿈치를 데인 호기심아
나를 중얼거리다 달아나는 이름들
젖지 않을 우산 같은 표정들
보이니?
거부하는 후음으로
네가 꽃필 때
나는 검은 공터야
먼 곳의 너를 더 멀리 떠나간 너를
뒷북치며 따라가는 손은 하얘지고 있어
어딘가에서 늙어 갈 단 하나의 열쇠야
밑동을 자르던 기계톱의 살기로
나를 동강 내 줘
골똘히
친밀과 비밀 사이를
횡단하는
열쇠 없는 꿈속
두 개의 건반으로
멀고 먼
코뿔소 달리는 소리 들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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