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들이 꿈을 전시하고 있다
꼬리는 어디서나 묵행할 골목을 유영한다
무릎과 무릎 사이에 눈을 쌓은 나무는
얼음물 바른 봄 속으로 둥글게 걸어갈까
강안은 누군가 수없이 던진 말을 챙기느라 구불구불
그 아름다움에 유속 빠른 기분이 파고든
왕버들이 떠나간 자리
자동차 바퀴에 순해진 검은 길 같다
어지럽게 갈라진 우리의 손금을 떠난 촛불이
방생의 물길을 나서는 것은 멀어질수록 좋은 기억 때문일까
물고기가 물 건너간 소문은 온 세상 과녁에 몰두하고
화살 없이도 조용히 녹조가 부글부글 죽음에 전념한다
흐르는 강물이 흐르지 못하듯 흐르는 것은
빗방울을 만나 분연히 일어서고픈 이유이다
귀를 닫아도 들리는 수억만 년 전의 물보라의 선율
우리의 몸속 물고기에게 빚을 독촉하는 햇빛은 짱짱하다
물 안팎 시체의 향수가 끄는 인력에 출렁대며
우리의 모든 것을 기억하는 것은 물의 포옹
눈물마저 마른 그날
모래만 흐를 것이다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지명 - 발화 (0) | 2020.11.10 |
---|---|
김지명 - 자물쇠 악보 (0) | 2020.11.10 |
김지명 - 화장술 (0) | 2020.11.10 |
김지명 - 서정적인 잠 (0) | 2020.11.10 |
김지명 - 은목서 (0) | 2020.11.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