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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명 - 화장술

 

쇼펜하우어 필경사, 천년의시작

 

 

 사마귀가 사는 눈썹을 풀섶이라고 읽는다

 풀 비린내가 났다

 

 당신은 홑눈을 굴려 식탁을 차리고

 그림자 하나를 구부렸다 편다

 

 사마귀는 적막을 풀어 미사를 집전한다

 무더위가 쓰러져 풀잎에 누워 있다

 식사를 마친 메뚜기의 뒤통수를 당겨

 눈알에 번진 도수를 높인다

 멀리서 들려오는 음성처럼

 말씀은 뒷전으로 흘러 공기로 흩어진다

 새들이 빠져나간 공중이 귀를 닫는다

 왼손이 오른손을 끌었다 내치는 놀이에 몰두한다

 고개 돌려 길목의 배후를 핥고는

 같은 의상을 차려입고

 신의 각도로 엎드린 종족을 경계한다

 어디서나 뒤는 오래 만질수록 그르치는 법

 근엄한 손발 풀어 미사포를 덮친다

 뒷걸음질로 달아나는 눈물이 증발한다

 소풍 나간 바람 맛을 디저트로 씹는 오후

 습도가 무섭도록 높은 것은

 그 많은 뒤통수의 울음 때문이다

 

 당신이 지상을 쓸고 가는 소리

 청록으로 간략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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