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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전

[육조단경] 자성의 삼신불에 귀의하다

 

 육조단경의 목적은 널리 일반 도속들에게 삼학에 대한 새로운 가르침을 전파하는 데 있었다. 삼학은 어디까지나 실천에 바탕을 둔 것이다. 그것은 새로운 교단의 결성을 뜻한다. 혜능은 여기서 사람들에게 그러한 새 교단의 결성을 외치고, 몸소 입단 의식을 집행한다. 즉 무상계를 주는 것이다. 이 경이 계를 주는 의식을 기록한 것임은 돈황본에 의해 확실해진다. 지금까지 알려진 뒷날의 육조단경은 이미 그러한 본래의 모습을 볼 수 없고, 단순한 설교집에 그치고 있다. 설교뿐이라면, 다른 어록과 그다지 썩 다를 것이 없다. 무상계라고 하는 마음의 수계가 구체적인 의식으로 진행되는 것에 이 책의 특징이 있다. 무상계는 순수한 자수자서계이다. 혜능의 사상은 인도 중국을 비롯해 우리나라와 일본을 걸치는 새로운 무승불교의 기점이 된다.

 

 "선지식들이여, 모두 모름지기 스스로 몸소 무상계를 받아야 한다. 다같이 혜능을 따라 입으로 부르라. 선지식들로 하여금 자신의 삼신불을 보게 하리라.

 

 나의 육신에서, 청정법신불에 귀의한다.

 나의 육신에서, 천백억 화신불에 귀의한다.

 나의 육신에서, 장차 오실 원만보신불에 귀의한다.

 

 이상을 세 번 부른다.

 색신은 집과 같으므로 귀의한다고는 말할 수 없다. 이 삼신은 스스로의 법성에 있고 세상 사람이 다 가지고 있지만, 미혹하여 보지 못하고 밖으로 삼신불을 찾고 자기 색신 속의 삼성불을 보지 못한다.

 선지식들이여, 잘 들으라. 지금 그대들은 각기 자신의 육신 속에서 자기의 법성이 삼신불을 지니고 있음을 깨닫게 하리라.

 이 삼신불은 자기 본성으로부터 생기니, 어떤 것을 청정법신불이라 하는가.

 선지식들이여, 사람은 성품이 원래 청정하여 모든 법은 자기 본성에 들어 있으니, 모든 악한 일을 생각하면 곧 악한 일을 행하게 되고, 모든 착한 일을 생각하면 곧 착한 행실을 닦게 된다. 이처럼 모든 법이 모두 자기 본성에 있고, 자성은 언제나 청정함을 알아야 하느니라.

 해와 달은 항상 밝은 것이나, 다만 구름이 덮이면 위는 밝아도 아래가 어두워, 똑똑히 해와 달과 별들을 볼 수 없을 뿐이다. 홀연히 지혜의 바람이 불어, 구름과 안개를 다 말아 흩어 버리게 되면, 삼라만상이 일시에 다 나타난다.

 세상 사람의 본성이 청정한 것은 맑은 하늘과 같고, 지혜는 해와 달과 같으니라. 지혜는 항상 밝지만, 밖으로 경계에 집착하고 망념의 뜬구름에 덮여 자성이 밝지 못할 뿐이니라.

 그러므로 선지식의 참다운 가르침을 열어 미망을 불어 없애고, 안팎을 명철하게 해 주면, 자기 본성 안에 만법이 다 나타나게 되니, 모든 법에 자재한 성품을 이름하여 청정법신이라 한다.

 스스로 돌아가 의지함이란, 착하지 못한 행위를 털어 없애는 것이며, 이것을 이름하여 귀의함이라 하느니라.

 무엇을 천백억 화신불이라 하는가. 생각하고 헤아리지 않으면 성품은 곧 비어 있어 고요하지만, 생각하고 헤아리면 곧 스스로 변화된다. 악을 생각하면 변화하여 지옥이 되고, 착한 법을 생각하면 변화하여 천당이 된다. 독과 해침은 변화하여 축생이 되고, 어리석음은 화하여 하계가 되어, 자기 본성의 변화가 매우 많지만, 미혹한 사람은 스스로 깨닫지 못한다.

 한 생각이 착하면 곧 지혜가 생기니, 이것을 자성화신불이라 하느니라.'

 '무엇을 원만보신불이라 하는가.' 한 개의 등불이 능히 천 년의 어둠을 없애고, 한 지혜가 능히 만 년의 어리석음을 없앤다. 앞을 생각지 말고 항상 뒤를 생각하라. 항상 뒷 생각이 착한 것을 이름하여 보신불이라 하느니라.

 한 생각의 악한 과보는 천 년의 착한 일을 도리어 그치게 하고, 한 생각의 착한 과보는 천 년의 악도 물리쳐 없앤다. 무한한 과거로부터 미래의 생각이 착함을 이름하여 보신이라 한다.

 법신을 좇아 생각함이 곧 화신이요, 생각마다 착한 것을 보신이라 한다. 스스로 깨달아 스스로 닦는 것을 곧 귀의라 이름한다. 가족과 살은 색신이요, 집이므로 귀의할 곳이 아니며, 다만 삼신을 깨달으면 곧 큰 뜻을 알게 된다.

 이제 우리는 삼신불에 귀의하였으니, 선지식들과 함께 사홍서원을 일으키리라. 선지식들이여, 일시에 혜능을 따라 부르라.

 

 무량한 중생을 다 제도하기를 서원한다

 무량한 번뇌 다 끊기를 서원한다

 무량한 법문 다 배우기를 서원한다

 위없는 불도 다 이룩하기를 서원한다

 

 세 번 부른다.

 선지식들이여, 무량한 중생을 맹세코 다 제도한다 함은 혜능이 선지식들을 제도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 속의 중생을 각기 자기 몸에 있는 자기 성품으로 자성 스스로가 제도하는 것이다.

 무엇을 일러 자기 성품으로 스스로 제도한다고 하는가.

 자기 육신 안에 있는 사견과 번뇌와 어리석음과 미망 같은 것이, 본래 스스로 깨치는 성품이 있어서, 바른 생각으로 제도하는 것이다.

 이어 바른 생각인 반야의 지혜를 깨달아, 어리석음과 미망을 물리쳐 없애면 중생들은 저마다 스스로를 제도하는 것이다. 삿됨이 오면 바른 것으로 제도하고, 악함이 오면 선함으로 제도하고, 번뇌가 오면 보리로써 제도하니, 이같이 제도함을 진실한 제도라고 하느니라.

 무량한 번뇌를 맹세코 다 끊는다 함은, 자기 마음에 있는 허망함을 제거하는 것이니라.

 무량한 법문을 맹세코 다 배운다 함은, 위없는 바른 법을 배우는 것이며, 위없는 불도를 맹세코 이룬다 함은, 항상 마음을 겸허하게 가지고 모든 것을 공경하며, 미혹한 집착을 멀리 떠나면 깨달아 반야의 지혜가 생기고, 미망함을 없애는 것이니, 곧 스스로 깨달아 불도를 이루어, 맹세코 서원을 행하는 것이니라.

 이제 이미 사홍서원 세우기를 마쳤으니, 다시 선지식들을 위해 무상참회를 주어 삼세의 죄장을 소멸하게 하리라."

 

 대사는 말했다.

 선지식들이여, 과거의 생각과 미래의 생각과 현재의 생각이 생각마다 이 어리석음과 미혹에 물드는 일 없이, 지난 날의 나쁜 행동을 일시에 영원히 끊어서 자기의 성품에서 없애버리면 이것이 곧 참회이다. 과거의 생각과 미래의 생각과 현재의 생각이, 생각마다 어리석음과 미혹에 물들지 않고, 지난 날의 거짓과 속이는 마음을 없애도록 할 것이며, 영원히 끊음을 이름하여 자성참이라 한다.

 과거의 생각과 미래의 생각과 현재의 생각이, 생각마다 질투에 물들지 않고 지난 날의 질투심을 없애도록 할 것이며, 자기 성품에서 없애버리면 이것이 곧 참회니라.

 선지식들이여, 무엇을 참회라 하는가.

 참이란 죽을 때까지 죄를 짓지 않는 것, 회란 과거의 잘못을 뉘우치는 것이니, 나쁜 죄업을 항상 마음에서 버리지 않으면, 모든 부처님 앞에서 입으로 말해도 유익한 것이 없나니, 나의 이 법문 가운데는 영원히 끊어서 죄를 범하지 않음을 이름하여 참회라 하느니라.

 지금 이미 참회를 하였으니, 선지식들을 위해 무상삼귀의계를 주리라.

 대사는 말했다. 선지식들이여

 

 '깨달음의 양족존께 귀의하오며, 바른 법의 이욕존께 귀의하오며, 청정한 중중존께 귀의합니다. 지금 이후로 부처님을 스승으로 삼고, 다시는 삿되고 미혹한 의도에 귀의하지 않겠사오니, 바라옵건대 자성의 삼보가 자비로써 증명하소서.'

 

 선지식들이여, 혜능은 선지식들에게 권하여 자성의 삼보에 귀의하게 하니, 부처란 깨달음이요, 법이란 바름이요, 승이란 깨끗함이다. 

 자기 마음이 깨달음에 귀의하여 삿되고 미혹이 생기지 않고, 욕심이 없고, 만족하여 재물을 떠나고 색을 떠나는 것을 양족존이라고 하느니라. 자기 마음이 바름으로 돌아가, 생각마다 삿됨이 없는 까닭에 곧 애착이 없나니, 애착이 없는 까닭에 이욕존이라고 하느니라. 자기 마음이 청정함으로 돌아가 일체의 번뇌와 망념이 자성에 있더라도, 자성이 그것에 물들지 않는 것을 중중존이라고 하느니라. 범부는 이것을 깨닫지 못하고 날이면 날마다 삼귀의계를 받는다 하나, 만일 부처님께 귀의한다 하여도 부처가 어디에 있단 말인가. 만일 부처를 보지 못한다면 곧 귀의할 곳이 없으니, 이미 귀의할 곳이 없다면, 말하는 것이 도리어 허망할 뿐이니라.

 선지식들이여, 각자가 살펴 그릇 생각하는 일이 없게 하라. 가르침 가운데는 '오직 스스로의 부처님께 귀의한다'고 하였고, 다른 부처님께 귀의한다고는 말하지 않았으니, 자성으로 귀의하지 않으면 의지할 곳이 없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