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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하 - 하늘에 갇힌 하늘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이원하 시집, 문학동네 [달] 내가 아니라 그가 나의 꽃 (이원하) (마스크제공), 단품 신춘문예 당선시집(2018), 문학세계사

 

 

 나무보다 높은 집이 없어서

 하늘에 묻은 때가 다 보인다

 

 하늘이 깊은 잠에 들지 못하는

 이유가 다 보인다

 

 처음이다

 지금처럼 처음이다

 

 하늘을 조금 더 자세히 보기 위해

 신발을 신는다

 신발을 신으니 나는 식물이다

 

 식물이 비를 기다리는 이유를

 하늘은 알까, 안다면

 진한 감정 하나 때문이라는 것도 알까

 

 그 감정을 감추기 위해

 구름보다 안개를 부른 것까지도 알까

 

 안개로 사람들의 시야를

 잘 가려주기만 하면

 일이 해결된다고 믿는 것도 알까

 

 알긴 뭘 알까

 

 뻣뻣한 구름 마주하는 순간에나

 조금 눈치채겠지

 

 화분에 갇힌 식물에 대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