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을 때 미풍이 불었고
앉을 때도 미풍이 불었는데요
찰칵, 하고 뒤돌았을 땐
낮의 세월이 지나갔어요
하는 수 없이
바람 세기에 대해 고민해봤어요
나의 집 창가엔
밤과 낮을 구분하는 식물이 살아요
뒤통수가 예쁜 식물이라
내가 책보다 자주 읽어내려가고 있죠
바람이 시작되면
뒤통수를 내밀며 표정을 가리는데요
싫어서 그러는 건 아닐 거예요
바람이 없으면
식물은 살지 못하니까요
살지 못하는 이유가
이끼 때문은 아닐 거예요
이끼는 바람 부는 곳에서도
태어나니까요 그리고 정해진 운명은
바람에 흔들리지 않으니까요
그렇다면 왜 그럴까요
세상의 많은 일들은 왜 그럴까요
한 문장으로 정리를 해보면
고작이지만
식물이 손가락을 펼 때는
미풍이 불기 때문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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