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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하 - 나비라서 다행이에요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이원하 시집, 문학동네 [달] 내가 아니라 그가 나의 꽃 (이원하) (마스크제공), 단품 신춘문예 당선시집(2018), 문학세계사

 

 

 꿈에 나타난 할아버지

 

 내 할아버지가 맞나

 얼굴을 하나하나 살펴보더니

 광대 근처에, 낯선 구멍 하나

 

 어쩌다 눈이 세 개가 되셨냐고 물으니

 내가 보고 싶어 그러셨단다

 

 아프지 않으셨냐고 물으니

 나비가 앉았다 날아간 정도라며 웃으신다

 

 내가 눈으로도 마음으로도

 억장이 무너지는 듯해

 침만 삼키고 있으니

 

 까닭을 알게 해서 미안하다고 하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