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대로 질주해도 접촉 사고 없는 내 눈은
후미등이 없다
보는 건 믿는 것
포충망 안에 잡힌 잠자리
모금함을 외면한 발길
나무가 수도승 같다는 말
뿌리가 짐승의 발굽 소리로 울며 자란다는 걸 알까
낙타의 짐이 점점 가벼워진다는 말
등에 실린 아픈 기억과 배후를 지워 털어 버린다는 걸 알까
보이는 것만 만지작거리는 눈이 그렇듯
씌어진 활자만 믿는 독서가 그렇듯
그 너머
새의 발은 구름계단을 오르는 즐거운 높이
가을은 숲길을 지우는 기다란 붓질
현실은 상상 속에 있다
내 몸이 떨렸던 것만이 현실
보바리 부인처럼
돈키호테 기사처럼
간혹
마들렌의 온기가 농담스레 전해지는 카페
냄새가 몸을 더듬어 노래가 시작되는 지점
코를 빌렸다
귀를 늘어놓았다
전조등으로 달리는 내 눈은
스쳐 가는 잔영으로 시끄러워
정거장을 모른다
산타 마을 어디쯤에 떨어뜨린 어린 내 눈
꿈속으로 찾으러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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