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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욱 - 천국보다 낯선

 

영원이 아니라서 가능한:이장욱 시집, 문학과지성사 기린이 아닌 모든 것:이장욱 소설집, 문학과지성사 천국보다 낯선:이장욱 장편소설, 민음사 동물입니다 무엇일까요:이장욱 시집, 현대문학 혁명과 모더니즘:러시아의 시와 미학, 시간의흐름

 

 

 더 나쁘게 말할 수 있다. 나에 대해서. 천국에 대해서. 백화점에 대해서.

 그건 너무 쉬워서

 

 너무 쉬워서

 에스컬레이터의 안정된 속도로 하강하는 것이 가능하다.

 적절한 높이의 계절이 가능하다. 5층에서는 남성용 여름을

 3층에서는 여성용 겨울을

 옥상에서는 누가 저 아래를 까마득히 바라보고

 

 형이상학은 지하에서만 가능하다. 커다란 목소리로, 애인을 향하여,

 천국이 지옥을 만들었다고!

 당신이 나의 천국이라고!

 외쳤다,

 백화점에서.

 

 서로를 완전히 이해하면서도

 좋아할 수 있어? 팔짱을 낀 채

 선과 악이 사라진 통로를 우리는 걸어가고

 마음에 드는 것과 안 드는 것 사이에서 점점 격렬해지고

 드디어 도달했다,

 죽은 뒤에 계절에.

 

 구름과 밤의 점원이

 우리를 불렀다.

 아주 친절하게.

 천국보다 낯선 목소리로. 

 그건 너무 쉬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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