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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욱 - 물질적인 생년월일

 

영원이 아니라서 가능한:이장욱 시집, 문학과지성사 기린이 아닌 모든 것:이장욱 소설집, 문학과지성사 천국보다 낯선:이장욱 장편소설, 민음사 동물입니다 무엇일까요:이장욱 시집, 현대문학 혁명과 모더니즘:러시아의 시와 미학, 시간의흐름

 

 

 부고란에서 내 이름을 보고

 장례를 치른 뒤

 생일을 맞이했다. 축하한다고

 즐거운 일들이 많았다고

 목청껏 외치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아침식사를 하고 기도를 하고 출근을 했는데

 시장이 나빠졌다고 한다.

 내가 실직했다고 한다.

 그 후로도 오랫동안

 

 나는 또 태어나려고 했다.

 잠자코 귀를 기울였다.

 누가 농담을 했는데

 그건 미래의 나와 내 부활에 대한 것.

 꽤 정확한 악담을 뒤섞어서.

 이건 그림자 같다는 둥

 도마뱀 같다는 둥

 

 나는 캘리포니아 같은 데서 조깅을 했다.

 중국에서 중국인으로 살아갔다.

 나이로비의 거리에서 조용한 성격이었다.

 어디서나 돈이 부족했지만

 꼬리는 없어서 자르지 못했다.

 

 나는 나도 모르게

 아주 가까운 데서 당신과 대화를 나누었다.

 조금 더 먼 데서 개죽음을 당했다.

 하지만 아직 태어나지 않은 것처럼

 사람들이 바라보지 않을 때

 꿈틀,

 

 기필코 움직이는 것.

 나는 방금 또 죽어갔기 때문에

 당신으로부터 축하를

 진심 어린 축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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