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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욱 - 기린과 기린이 아닌 모든 것의 사이에서

 

영원이 아니라서 가능한:이장욱 시집, 문학과지성사 기린이 아닌 모든 것:이장욱 소설집, 문학과지성사 천국보다 낯선:이장욱 장편소설, 민음사 동물입니다 무엇일까요:이장욱 시집, 현대문학 혁명과 모더니즘:러시아의 시와 미학, 시간의흐름

 

 

 나는 목이 긴 기린을 꺼냅니다. 호주머니에서가 아니고

 당신과 마시던 술잔이라든가 휴대전화에서가 아니고

 명백한

 초원에서

 

 기린은 기린인 것을 증명하지 않습니다. 이 도시의 골목들을 거닐 뿐

 담장 바깥으로 넘어온 나무줄기를 느리게 씹으며 기린과

 기린이 아닌 모든 것의

 사이를

 

 나는 조금씩 키가 자라고

 길어진 목으로 출근을 하고

 서서 낮잠을 자고 저녁에는

 해 지는 강변에 가만히 서 있습니다.

 기린과

 기린이 아닌 모든 것의 사이에

 

 이런 세계가 있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습니다. 이윽고

 당신이 나를 꺼냅니다. 주섬주섬 호주머니에서

 초원에서

 내가 아닌 모든 것과

 나의

 명백한 사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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